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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마을' 전락한 제천 한수면 상노리 황강마을

<인구절벽시대> "지방소멸 위기를 넘어 현실로" ①

  • 웹출고시간2022.09.26 21:05:41
  • 최종수정2022.09.27 09:46:38

제천시 한수면 상노리 황강마을 입구 앞 간판.

ⓒ 김정하기자
[충북일보] 제천의 남동쪽 충주와 맞닿은 마을, 상노리 황강마을.

이곳의 전체 주민은 10명이다.

충북 전체 면 단위 지역 중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이 이곳 제천시 한수면(704여명)이고 한수면 안에서도 인구가 가장 적은 마을이 상노리, 그 중에서도 황강마을이다.

1985년 충주댐 공사로 마을의 일부지역이 수몰되면서 인근 산지로 주민들이 이주했고 하나둘 이 지역을 떠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제천시 한수면 상노리 황강마을 전경.

ⓒ 김정하기자
사람들이 떠나면서 아무도 살지 않게 된 상노리 인근 한천리, 영리, 영말, 공말, 북노리 등은 행정구역 상으로는 남아있지만 상노리로 운영이 통폐합 되며 사라졌고, 현재는 상노리 안에 황강마을(8가구)과 상노리 본마을(15가구)로 개편됐다.

수몰 전에는 이 일대의 주민이 5천여명, 1천가구에 달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황강마을은 상노리 본마을에서도 산길로 8km는 더 들어가야한다.

비포장과 콘크리트포장이 섞인 외길을 40여분 지나면 산 속 오지마을 황강마을이 나온다.

현재 상노리 전체 인구 34명 중 수몰 이전부터 정착해 현재까지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원주민은 마을 이장인 이용재(55) 씨와 김상수(72)·최상분(71) 부부까지 단 셋뿐이다.

나머지는 수몰 이후 이주했거나 2000년대부터 시작한 지자체의 귀농귀촌 사업으로 이 마을에 들어와 살고 있다.

제천시 한수면 상노리 황강마을의 김상수 씨의 자택.

ⓒ 김정하기자

제천시 한수면 상노리 황강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김상수씨가 양봉작업을 하고 있다. 김 씨의 뒤편으로 충주호(청풍호)가 펼쳐져있다.

ⓒ 김정하기자
양봉업에 종사중인 김 씨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마치 조선시대에 사는 것 같다"는 말부터 꺼냈다.

아직까지 상수도가 마을까지 들어오지 않아 물을 시켜먹어야한다는 것이다.

바로 집 앞에 국내 최대규모 담수호이자 식수원인 충주호(청풍호)가 펼쳐져 있지만 정작 이 지역민들은 상수도가 연결이 안되어 있어 물을 사다 먹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마저도 택배가 집 앞까지 오지 않아 40여분 거리의 상노리 본마을로 넘어가서 택배를 수령해야한다.

게다가 이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8년. 고작 4년밖에 되지 않았다.

더욱이 황강마을로 들어오는 외길은 가드레일도 없어 살짝만 도로를 벗어나면 천길 낭떨어지로 떨어질 위험이 있고, 외길이다보니 앞에서 차가 오면 위험하게 후진으로 몇백미터를 이동해야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이전에는 각 가정마다 기름으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사용해왔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이런 상황에 누가 이런 곳에 와서 살겠느냐"며 "마을 주민들의 나이도 많아 앞으로 10년도 안되어 마을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천시 한수면 상노리 이용재 이장이 마을의 소멸 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정하기자
실제로 이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적은 사람은 55세(마을이장)였고 다음으로 적은 사람이 65세, 나머지는 대부분 70대와 80대였다.

마을 주민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입원도 마땅치 않았다.

마을 일대가 충주호(청풍호)로 인해 각종 규제지역으로 묶여 농사일 말고는 다른 경제활동을 없는 상황.

김 씨는 "농사일과 기초연금 등 1년 수입을 모두 합한다해도 1천만원 정도"라며 "간신히 먹고 사는 것만 가능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슬하에 자녀들에게 차마 이곳에 와서 살라는 말은 못하겠다"며 "호수의 규제라도 풀어주면 그나마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수도 이외에도 이 마을엔 가장 기초적인 생활 인프라가 전무하다.

1시간 정도 떨어진 제천 덕산소방서에 의존할 수 없어 불이 나면 마을 주민들이 나서서 직접 진화작업을 벌어여하는 실정이고 그나마 있던 덕산파출소도 운영 중단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마트나 간단한 편의점도 없어 일주일에 한번씩 1시간씩 차를 끌고 나가 장을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마을의 주민들은 늘 불안 속에 살고 있다.

관광객이 던진 담배꽁초 하나에 온 마을이 다 타버릴 수도 있고 강력범죄가 일어나도 상황이 모두 종료된 다음에야 경찰이 현장에 도착할 것이란 우려다.

일부지역에서는 전파가 닿지않아 전화통화가 불가능한 지역까지 있어 위험성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위급 상황 시의 교통편도 마땅치 않다.

이 마을의 교통은 마을버스가 유일하다.

인근에 하루에 3차례 버스가 운행되긴 하지만 이마저도 황강마을까지는 도로사정이 여의치 않아 들어오지 못하고 본마을 입구까지 밖에 운행하지 않는다.

작업 도중 큰 부상을 입거나 급히 응급병원을 찾아야할 때 1시간씩 구급차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이장은 "마을 주민들이 이러한 불편사항을 지속적으로 건의해왔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며 "마을의 인구가 적어 이런 시설들을 조성할 수 없다는 논리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이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몰 이전 주민들에게 상노리를 홍보하고 정착해서 살도록 권유하고 있다"며 "마을 인근에 화훼단지를 조성해 외지인을 끌어들여 마을의 소멸을 멈춰보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몰 이전 한수면 일대.

ⓒ 다음 카페 내고향한수
◇ 마을 붕괴는 이렇게 진행된다

우리나라보다 지방소멸 현상을 먼저 겪고 있는 일본에서는 상노리 황강마을같은 경우를 '한계마을(Marginal Village)'이라고 부른다.

1990년대 초 일본에서 처음 소개된 이 개념은 마을 인구의 절반 이상이 65세를 넘는 노인이거나 가구 수가 20가구 이하인 마을, 주민 수가 50명 이하인 마을을 일컫는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4월 발간한 '지역의 지방소멸 위기와 자생적 대응전략'에 따르면 마을의 소멸은 보통 주요 산업의 철수 → 세수감소·취업기회의 감소 → 인구 감소 → 수요 감소 → 기본 인프라 감소 → 생활 편리성 저하 → 지역의 매력도 저하 순으로 진행된다.

이 순서대로 볼 때 황강마을은 생활 편리성 저하를 넘어 지역의 매력도 저하까지 이르렀고 마을 소멸만을 앞두고 있다.

이 이장은 "외지에서 큰 돈을 벌어 조용히 여가생활을 보내기 위해 이 마을로 정착하려는 사람들은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농사를 지어 생활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버틸 수 없을 것"이라며 "마을에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요인이 있어야 하는데 수년 내에 부모세대들이 모두 돌아가시면 마을에 남는 사람은 없어져 자연스럽게 마을이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곳이 지역구인 김호경(국민의힘) 충북도의원은 "상노리의 경우 마을의 주민들이 떠나고 젊은층의 유입이 없어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돼 마을의 쇠퇴와 소멸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정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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