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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숙

서원대 교수

초등학생이던 1970년대 일요일에 방영했던 '묘기 대행진'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또렷하다. 다양한 묘기가 있었지만, 그중 서울여상에 다니는 여학생이 나와서 전자계산기와 주산 실력을 겨루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그런 여학생이 한 명뿐이었던 건 아닌 것 같다. 서너 달에 한 번씩 또 다른 여학생(혹은 여직원)이 출연하여 주판 위에서 현란한 묘기를 선보이며 번번이 전자계산기를 무찔렀다.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었다. 전자계산기 따위가 서울여상이나 부산진여상 출신의 우수인력을 결코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믿었다.

이후 늦은 나이로 나는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묘기 대행진을 본 30년 후, 그곳에서 서울여상 출신의 유학생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은행에서 근무했고 한국방송대학이나 야간대학을 졸업했을 것으로 짐작되었다.

"내가 배웠던 주산, 부기, 타자는 글쎄… 음… 그러니까 글쎄…."

그녀는 '글쎄' 다음을 잇지 못하였다. 그녀는 활달했고 인지적으로 매우 뛰어났다. 소규모 대학의 강사와 전임교원으로 오하이오, 미시건, 뉴욕 등에서 근무한 후, 그녀는 교사교육 영역에서 주립대학 교수로 임용되었다.

몇 년 전, 사관학교를 졸업한 한 제자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탱크라는 것이 도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지역을 뚫고 적진으로 들어가서 공격하기 위해 필요한 이동식 무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탱크로 울퉁불퉁한 비포장 전투지역에서 장애물을 밀어가며 진격하기보다 드론을 이용하여 손쉽게 정밀타격이 가능해졌단다.

"덩치 큰 탱크의 기능이 작은 드론으로 트랜스되고 인명 피해도 줄이는 거죠."

흡사한 이야기가 최근 개봉한 '탑건: 매버릭'에서 연출되었다. 숙련된 탑건 출신 조종사가 비행하는 대신, 케인 제독은 디지털화하여 마하 10의 속력으로 무인비행하고 정밀타격하는 방향으로 재구조화하여, 조종사의 목숨을 건 작전을 줄이려고 한다. 물론, 비행기 조종사인 매버릭(탐 크루즈 분)은 마하 10의 속도를 향해 가속페달을 밟았고 무인비행 계획을 백지화시키기 위해 존재를 증명하고자 했다. 내가 '탑건'이라는 영화를 본 건 채 스물이 되기 전이었는데 30여년이 지난 후, 그는 여전히 존재를 증명했고, 제독의 디지털 프로젝트를 무찌르고 탑건 교관으로 전보 조치되었다.

우리는 주산과 전자계산기 대결의 결말을 알고 있다. 1970년대 이후로는 무인으로 달을 탐사할 뿐 우주인이 직접 탑승하지 않는다. 더 섬세하게 인간의 직감과 수공이 필요한 작전에만 투입될 것이다. 매버릭은 제독의 디지털 프로젝트를 지연시켰지만, 스크린 밖에서 탑건과 디지털 무인비행 프로젝트의 운명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때 느낀 것은 '박수칠 때 떠나라'였다. 우리는 자주 '가야할 때가 언제인지 분명히 알기' 힘들어 한다. 대개는 구조조정, 유연한 해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과 정년퇴직 등의 이름으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시니어가 된다. 후배들이 그 자리를 물려받는 대신 그들이 지불하는 연금에 의탁하는 사이클은 인류가 발명한 가장 나은 시나리오로 여겨진다.

100세 시대라고들 한다. 20대에서 50대 중반까지의 진로 직업, 50대 중반에서 70대 중반까지의 진로 직업, 그리고 70대 중반에서 100세까지의 진로로 나누어 설계하고 시니어가 될 준비가 필요하다. 묘기 대행진에서 시작한 이 이야기는 평생교육을 강조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고자 한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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