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1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조형숙

서원대학교 교수

지난 2016년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에서 홈커밍데이를 열었다. 동문 교사들은 학습부진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영어 대명사를 가르치기 위해 They에 밑줄을 그어보라고 해도 They를 찾지를 못해요."

초등학교에서부터 누적된 학습부진의 사례를 들어 주었다. 사회경제적 소외계층이 대부분인 저학력 학습자를 잘 가르칠 수 있도록 사범대학 후배들이 준비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후, 국어교육과, 영어교육과, 수학교육과에서 학습부진아 지도 교육과정을 개발했다. 2017년부터 나는 '영어학습부진아 이해와 지도'라는 과목을 맡았다. 가장 먼저, 학습부진 정도를 진단하고 진단 결과에 따라 가르쳐야 할 내용을 결정하고 그에 따라 학습자료를 제작하여 적절한 교수법을 적용하여 교수-학습이 이뤄져야 한다.

"○○는 대문자 R의 방향을 거꾸로 쓸 때도 있어요."

"△△는 알파벳은 알지만 park를 '티쳐'라고 읽었어요."

"제가 맡은 학생은 기본적인 평서문은 알고 있지만 의문문은 힘들어 했어요."

이 과목에 포함된 3주간의 멘토링 후 나온 이야기들이다.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선거가 치러졌다. 진보 교육감은 교육격차 해소와 평등을 강조하고, 중도보수 교육감은 자율과 학력신장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상한 점은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고 애쓰는 진보 교육감은 학습부진 정도를 진단하는데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소외계층 자녀의 기초학력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대신 자사고를 폐지하여 전체 평균을 끌어내리는 것으로 평등을 지향한다. 보수 성향 교육감은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해 성취도평가를 하겠다고 선언한다.

기초학력 강화에 우려를 표하는 의견은 기초학력 평가를 통해 부진아 낙인을 찍을 수 있고, 과도한 경쟁이 발생할 수 있고, 저학년부터 성적에 매달리게 하는 것은 지나치다 등이다. 이에 대한 필자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부진아 낙인이 두려워 기초학력평가를 거부하는 것은 병이 있을까봐 건강검진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 일부 학생만 샘플링하여 평가를 실시하고 평가결과는 알려주지 않는 현행 방식은, 건강검진 결과를 알려주지 않는 것과 같다. '모든' 학습자를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하고 결과는 학습자가 알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성적으로 인한 과도한 경쟁이 우려스럽다면 성취도평가가 아니라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상-중-하 난이도로 구성된 평가가 아니라, 중-하 혹은 하 난이도의 문항으로 기초학력을 진단한다면 과잉 경쟁과 사교육비 지출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다.

셋째, 저학년부터 성적에 매달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부터 누적되는 학습결손을 방지하는 것이다. 기초학력의 진단 및 관리는 빠를수록 좋다.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현행 평가는 손을 쓰기에 늦다.

마지막으로, 학력을 강조하면 행복지수가 낮아진다고 걱정하는데, 기초학력이 행복을 준비하는 첫걸음이다. 100세 시대를 살아갈 이들은 코딩교육, 금융교육, 세계시민교육에 선행해 기초학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