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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시인

야만적인 폭격으로 산모와 아이들이 죽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또 다른 세계사적 비극이 진행 중이다. 상상할 수 없는 참상을 일으키며 전쟁은 치닫고 있다. 인간의 무자비한 야망은 살육을 낳는다. 여러 뉴스 중에 러시아 군인들의 탈영 소식이 들려온다. 전쟁터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다리에 총을 쏴서 상처를 입는 병사도 있다고 한다. 적의 공격에 나라를 지키는 병사는 명분이 있지만 남의 나라를 침공해야 하는 병사는 그렇지 못하다. 더욱이 그 전쟁이 부도덕하다면 출전한 병사들은 먼저 자신과 싸워야 한다. 정의가 사라진 전쟁의 참여는 인간적 양심과 도덕심을 버려야 가능하다.



어머니 내게서 이 배지를 떼어주세요

더는 쓸 수 없어요

너무 어두워 볼 수 없을 만큼 캄캄해지고 있어요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것 같아요

천국의 문을 두드려요

천국의 문을 두드려요

어머니 나의 총을 땅에 내려놓아 주세요

더는 그들을 쏠 수 없어요

차갑고 검은 구름이 내려와요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것 같아요

천국의 문을 두드려요

천국의 문을 두드려요

― Bob Dylon, Knockin' On Heaven's Door 가사 중



반전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노래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밥 딜런이 1973년에 발표했다. 가사는 전쟁터에서 더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병사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병사는 어머니에게 자신의 가슴에 달린 배지를 떼어줄 것과 자신의 총을 땅에 내려줄 것을 청유한다. 명령에 따라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자신을 용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쟁은 '캄캄해지는' 세계와 '차갑고 검은 구름' 화마가 덮치는 지옥으로 가는 길이다. 화자는 천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절규한다. 가사에서의 어머니는 실제 육친의 어머니가 아니라 종교적인 의미를 지닌 어머니 즉 '마리아' 같은 영적 존재를 뜻한다. 인간이 신앙을 갖는 이유는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한나 아렌트가 언급한 '악의 평범성' 은 겉으로 평범하고 선인으로 인식되는 사람이 끔찍한 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불가피하게 전쟁에 참여한 선량한 사람들도 조직과 국가적 명령에 따라 이러한 악을 행할 수 있다. 병사가 가슴의 배지를 떼고 총을 내려놓는 까닭은 '악'을 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없애는 일보다 차라리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마지막 선택일 수도 있다.

사진 한 장이 눈앞에 떠있다. 소녀는 고개를 젖힌 채 숨이 끊어지고 있고, 아버지는 울고 있다. 응급구호 요원이 마지막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모습에 온몸이 오그라든다. 역사 속에서 되풀이된 비극은 왜 끝나지 않는 걸까. 죄를 품은 인간의 욕망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걸까. 푸틴의 연설에 환호하는 러시아 군중을 보며 나치 시대의 망령이 되살아난 듯한 불안한 기분이 드는 건 무슨 까닭일까. 역사가 말해주듯 독재자의 말로는 언제나 비참하다. 조속한 협상과 함께 전쟁이 얼른 끝나기를 바란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아간의 상처와 고통은 커지고 골이 깊어져서 세계는 더 많은 치유의 시간과 회복기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천국의 문을 두드린다. 신이 있다면 인간의 몸에 각인된 카인의 유전자를 떼어 태양의 불 속에 던져 주기를, 제발 천국의 문이 열려 생명의 빛만이 가득한 세상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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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