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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가 남긴 장학금…"고귀한 뜻 기립니다"

금천고 '명예의 전당'에 이름 새겨
故 백귀보 씨 김명철 교장과 군입대 약속
미국 국적불구 해병대 입대·폐렴으로 숨져
모친, 아들 모교 금천고에 5천만 원 기부

  • 웹출고시간2022.01.09 14:47:08
  • 최종수정2022.01.09 14:47:08

故 백귀보 씨의 후배 금천고 학생들과 김명철(가운데) 교장이 명예의 전당 개관식에서 테이프를 자르는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충북일보] 고교시절 은사에게 다짐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국 국적이지만 해병대에 입대했다가 하늘로 먼저 가면서 장학금을 남긴 제자의 뜻을 기리는 명예의 전당이 청주 금천고에 만들어졌다.

이 명예의 전당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김명철 금천고 교장과 제자 故 백귀보 씨의 가슴 아픈 사연이 숨어있다.

금천고에는 '백귀보 장학금'이 있다. 이 장학금은 사제 간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해병대에 입대했다가 폐렴으로 세상을 뜬 금천고 졸업생 백귀보 씨의 어머니가 기탁한 5천만 원으로 운영된다.

백귀보 씨는 1997년 3월 금천고에 입학했다. 김명철 교장은 당시 평교사로 3학년 때 백 씨의 담임을 맡아 인연을 맺었다.

백 씨는 부모가 사업차 미국에 머무를 때 태어났다. 백 씨는 스무 살이 가까워지면서 국적을 선택해야 하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국적법상 만 22세가 되기 전까지 국적을 선택해야하기 때문이다.

백 씨는 미국 국적을 선택하면 입대하기 싫어서였다는 비난을 받을까 걱정된다며 담임 김명철 교사에게 털어놨다.

그때 함께 이로운 세상을 위해 '공부해서 남주자'라는 급훈을 내세웠던 김명철 교사는 "미국 국적을 취득하고 대한의 남자로서 군에 입대하면 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백 씨는 제자들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 남달라 깊은 신뢰와 존경을 받아오던 김 교사에게 "꼭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뒤 미국 국적을 취득한 백 씨는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해병대 입대를 위해 2004년 한국을 찾았다. 미국에서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5년이 지난 25세 때였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담임교사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였다.

백 씨는 그해 3월 해병대에 입대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훈련도 중 폐렴으로 세상을 먼저 떠나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하늘로 간 아들을 가슴에 품은 어머니는 김 교사를 원망했다. 해마다 6월 6일 현충일에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현충원을 찾아 마음을 달랬다. 이때 백 씨 모친의 눈에 이상한 것이 눈에 띄었다. 현충원에 들를 때마다 묘비 앞에 생화가 놓여 있던 것이다.

아들의 은사였던 김명철 교사가 10년이 넘도록 매년 현충일에 제자를 기리기 위해 헌화한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백 씨 어머니는 2015년 5월 15일 서경중 교감으로 재직 중이던 김 교사를 만나 5천만 원을 내놓았다. 아들 앞으로 나온 국가의 위로금과 유공 연금을 모은 것이었다. 백 씨 어머니는 장학금을 건네면서 김명철 교사에 대한 원망도 내려놓았다.

김 교사는 백 씨 어머니와 함께 금천고를 찾아 5천만 원 전액을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김명철 교장은 제자 백귀보 씨의 고귀한 마음을 그리워하며 학교에 명예의 전당을 만들고 백 씨 이름을 명패에 담아 지난 7일 공개했다. 명예의 전당을 만드는데 금천고 10회 동문들도 500만 원을 내놓으며 도움을 줬다.

이 학교 로비에 자리 잡은 명예의 전당에는 금천고를 빛낸 제자 백귀보를 기리는 명패와 졸업생들의 트로피·상패, 2008년부터 금천고 교직원이 운영해 온 금천고 교직원장학회 명패도 전시돼 있다. 금천고 교직원장학회의 장학금은 8천만 원에 이른다.

김명철 교장은 이날 명예의 전당을 공개하면서 '금천고등학교'와 '명예의 전당'이라고 새겨진 현판을 걸었다. 직접 서각한 작품이다.

김정희 추사체로 애틋한 교육 사랑을 담았다.

김명철 교장은 "명예의 전당은 정의롭고 성실하며 공부해서 남 주는 인재 양성의 첫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금천고의 과거와 미래를 위해 공헌하신 분들의 사랑과 정성을 영원히 기억하는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이종억기자 eok5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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