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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12.02 17:17:49
  • 최종수정2021.12.02 17:17:48

최유라

청주 청원초 교사

매일 수업을 하고 수백명 앞에서 강의를 하는 사람이 '사람들 앞에 서면 얼굴이 빨개져요'라고 하면 놀랄지도 모른다. 모르는 사람 앞에 서야 할 때는 얼굴만 빨개지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못 먹고, 끝난 후 긴장이 풀려 펑펑 울 때가 많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서일까, 사람들 앞에서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에 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는 마음은 늘 가지고 있지만, 교육과정에서는 끊임없이 표현하는 활동이 나오고, 먼저 살아본 인생에서 사람들 앞에서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기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너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다가갈 때, 그래도 필요한 일이기에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용기내 보자고 옆구리를 쿡쿡 찌를 때 그림책 '나의 수줍음에게(세브린 비달 글·마리 레기마 그림)', '부끄러워도 괜찮아(황선화 글·그림)'을 꺼내 든다.

'나의 수줍음에게'는 학교 발표 시간에 수줍음이라는 까만 괴물이 방해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긴 주인공이, '부끄러워도 괜찮아'는 장기자랑대회를 앞두고 부끄러워 다 그만두고 싶은 사자가 등장한다. 부끄럼쟁이들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 봤을 만한 상황. 두 책이 문제를 해소해 가는 방식은 조금 다른데 '나의 수줍음에게'가 내면의 힘인 자신감을 이용해 극복하는 이야기라면, '부끄러워도 괜찮아'는 친구들이 함께 고민하며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둘 다 각각의 의미가 있어 함께 읽어준다. 얼굴 빨개지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곁들여 책을 읽어준 후 아이들의 경험도 나눠본다. 부끄럽고 긴장했던 경험이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서로에게 안심이 되어 주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떨리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좋은 팁이 되어 준다. 선생- 즉 먼저 살아온 사람으로서의 경험을 비춰 볼 때 삶에서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사람들이 왜 그것으로 남을 판단 할 수 밖에 없는지 등을 설명해 주며 우리도 그림책 속 주인공처럼 우리만의 방법을 찾아보자 제안한다. 아이들은 그림책 속 다양한 예시를 살펴보며, 나 자신을 위해 또 부끄럼쟁이 친구를 위해 깊이 고민한다. 첫째, 어떻게 하면 떨리더라도 앞에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둘째, 꼭 말로 하지 않고도 내 마음을 표현하는 다른 대안적인 방법은 없을까.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박쥐, 늑대, 거북이, 짝꿍 니나, 엄마, 아빠가 우리 반에도 있다. 내게 효과가 있었던 방법이 친구에게도 효과있기를 바라며 우리 반 구성원 수만큼의 해결 방법이 쌓인다. 그리고 배웠으면 배운 것을 실행할 자리도 만들어 줘야 하는 법. 교육과정 속에 들어있는 각종 발표 시간을 재구성해 모두에게 발표할 시간을 주었다. 주제는 자유. 방법도 자유, 하나의 규칙은 혼자서 친구들 앞에서 1분 이상 발표하기. 목소리가 작다면 마이크를 사용해도 좋고, PPT 등 컴퓨터를 써도 좋다. 부끄러움을 잘 다스리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생각한 방법을 동원해 준비한 발표 시간. 친구들의 응원을 받으며 자신이 연구한 주제(예 : 엉덩이는 한 개일까 두 개일까)부터 마피아 게임 진행까지 자신만의 멋진 발표가 진행된다. 일단, 한 번 해보았으니 다음 번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Quiet people have the loudest minds.' 조용한 사람이 가장 시끄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스티븐 호킹 박사의 말의 의미를 함께 생각해 보며 부끄럼쟁이들에게는 응원을,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 또한 존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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