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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5.12 17:51:44
  • 최종수정2021.05.12 17:51:44
기자는 6년전인 2015년 4월 9일 충북일보 데스크 칼럼을 통해 '한자 병기(倂記) 방안 환영한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교육부가 "2018년부터 3학년 이상 초등학교 교과서 일부 과목 내용을 한글과 함께 한자로도 표기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교육부가 2년 동안 연구한 끝에 마련한 계획을 2017년말 슬그머니 폐기했다.

수백만명의 아이들 인생에 크게 영향을 미칠 주요 국가 정책인데도 말이다.

기자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이 만들어 내는 보도자료를 평범한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의 평균 학력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도 기사를 쓰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걸 실감한다.

한글전용 세대가 많아지면서, 매일 전자우편을 통해 기자에게 들어오는 수많은 보도자료의 대부분이 한글과 국적불명의 외래어 등으로만 돼 있는 게 주요인이다.

최근 산림청과 사방협회에서 각각 '사방협회 오송 신사옥 준공으로 새롭게 도약' '사방협회,제4대 박종호 회장 취임'이란 생소한 제목의 보도자료가 들어왔다.

'사방'이라니 무엇을 하는 단체일까.

국립국어원이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 단어의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 7개 가운데 6개가 한자,1개는 영어와 함께 표기돼 있다.

협회 홈페이지를 보니 ' 四方(동서남북)'도 '舍房(교도소에서 죄수를 가두는 방)'도 아닌 '砂防(산 따위에서 흙 등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하는 일)'이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요즘 흔하게 쓰이는 '비대면(非對面)'이란 단어도 마찬가지다.

한글만으로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대하지 않는 것'인지 짐작하기가 어렵다.

반면 이 단어에서 '아닐 비(非)' '대할 대(對)' '얼굴 면(面)'이란 한자 뜻을 알면 연쇄적으로 '비리(非理)' '대응(對應)' '면식범( 面識犯)'과 같은 말의 뜻을 유추(類推)하기가 더 쉽다.

단어를 경제적으로 이해하게 된다는 얘기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을 누르고 '만물(萬物)의 영장(靈長)'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문자를 이용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넓은 지구상에서도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 좁은 반도(半島)에 터를 잡았다.

역사학계에서는 중국 글자인 한자가 본격적으로 한반도에 들어온 시기를 삼국시대인 서기 200년대(3세기)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자는 '뜻 글자(표의문자· 表意文字)'여서 대부분 획(劃) 수가 많다. 이에 따라 평범한 백성들이 사용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만든 한글이 쓰이기 시작한 시기는 575년 전인 1446년이다.

물론 자음과 모음 24개의 조합으로 이뤄지는 한글은 한자보다 배우기가 쉽다. 현대적 시각으로 볼 때 디자인도 우수한 문자다.

그러나 한글은 '소리 글자(표음문자·表音文字)'이기 때문에 뜻을 체계적으로 나타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우리가 쓰는 단어의 약 70%가 한자어라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뜻 글자로 만들어진 단어를 어떻게 소리 글자로만 이해할 수 있는가.

한글과 영어 자판이 병기(倂記)된 컴퓨터 자판을 바쁘게 두드리다 'ㄱ' 대신 'r'이 찍히는 걸 경험한 사람은 기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더욱 가까워지고 있는 지구촌에서 영어를 모르고는 살 수가 없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한자를 알지 못 하면 국민들 사이의 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물론 조상들이 남긴 문화유산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어려운 외래어 뒤에 영어를 병기하면 훨씬 더 이해하기가 쉽다. 그렇다면 어려운 우리말에 한자를 함께 표기하는 건 왜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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