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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서

전 옥천군친환경농축산과장

몇 해 전 구제역 방역초소 근무 때문에 관내 도축장에 가 본 적이 있다. 엄동설한 혹한 속에서도 도축장 입구에 들어서자 비릿한 피 냄새가 코를 찌른다. 아우성을 치던 돼지들은 전살(전기로 죽이는 방법) 직전의 마지막 컨베이어벨트에 오른다, 자신의 운명을 짐작이나 한 듯 이내 조용해졌다. 전살기가 머리에 씌워지자 순식간에 돼지는 의식을 잃는다. 피를 빼고 털을 뽑고 내장을 적출하고 등급을 판정하는 데 불과 30여 분이면 충분하다. 도축을 마친 돼지는 영하 20도 급랭 시설에서 1시간 정도 얼린다. 다시 영하 1도의 냉장고에서 14시간가량 숙성에 들어간다. 도축장과 연결된 가공공장에는 하얀 위생복을 입은 직원들의 일손이 찬바람을 가른다. 하루 전에 도축한 돼지를 손질하는 작업이다. 공중에 거꾸로 매달린 통고기를 부위별로 잘라 포장하는 단계가 길게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어진다. 그렇게 목살, 삼겹살 등으로 포장하여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된다.

대규모 양돈장은 돼지 공장이다. 공장에서 핵심기계는 어미돼지다. 대략 5개월마다 새끼돼지를 생산한다. 어미돼지는 스톨(stall)이라는 좁은 쇠틀에 갇혀 일생을 보낸다. 오로지 새끼 낳는 일만 기계처럼 되풀이한다. 몸을 움직일 공간조차 없다. 늘 누워 있거나 앉아 있다. 사료 먹을 때만 잠시 몸을 일으키고, 그 자리에서 똥오줌을 싼다. 그렇게 6~7회 새끼를 낳고 생산성이 떨어지면 도축된다. 3~4년 정도 살아가는 셈이다. 어미돼지로 선택받지 못한 암퇘지와 수퇘지의 일생은 더욱더 짧다. 채 200일도 되지 않는다.

어미돼지가 발정하면 교배 방에서 인공수정을 한다. 그리고 임신 방으로 옮겨진다. 임신 방은 어미돼지들이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교배 방에서 인공수정을 마치면 분만 일주일 전까지 약 100일 이상을 이곳에서 지낸다.

성숙한 어미돼지는 몸무게가 200㎏ 정도 나간다. 114일의 임신 기간에 40㎏까지 무게가 더 불어난다. 임신 방에서 거대한 돼지가 몸을 눕히는 스톨의 크기는 겨우 폭 0.75m, 길이 2.2m이다. 그 좁은 쇠틀 안에서 배가 불러오는 돼지는 눕거나 앉은 채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때가 되면 사료를 먹기 위해 일어서고, 앉거나 누운 그 자리에서 쉴 새 없이 똥오줌을 싼다. 동물복지 농장 인증을 받으려면, 임신한 돼지를 4주 이상 스톨에 가둬두면 불가능하다.

분만 일주일 전, 돼지들이 임신 방을 떠나는 날이다. 출산을 앞둔 돼지들을 물과 소독약으로 샤워를 시킨다. 뒤뚱뒤뚱 옆에 있는 분만 방으로 올라간다. 100여 일 전 같은 교배 방에서 인공수정을 하고 같이 보낸 낯익은 동기들과 함께 옮겨진다. 그리고 분만을 한다.

어미돼지의 젖꼭지는 14개다. 하루 만에 새끼돼지들의 젖 빠는 서열이 정해진다. 힘센 새끼는 어미 머리 가까운 쪽의 좋은 젖꼭지를 차지한다. 약한 새끼는 제 젖꼭지를 물지 못한 채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힘에서 밀린 새끼들은 다른 어미돼지한테로 보낸다. 수컷 새끼는 3~4일 만에 거세된다. 그래야 우리 식탁에 올라온 고기에서 노린내가 나지 않는다.

새끼돼지들은 3~4주 동안 어미젖을 먹고 6~8㎏ 무게로 자란다. 그때 암컷과 수컷으로 나뉘어 새끼 방으로 옮겨진다. 새끼를 떠나보낸 어미돼지는 며칠 뒤 다시 교배 방으로 보내진다. 돼지는 이렇게 평생을 기계처럼 순환 공정의 컨베이어벨트를 타게 된다. 어미돼지는 6~7차례 새끼를 낳고 마지막 도축장에서 짧은 생을 마감하고 삼겹살로 다시 태어난다. 3월 3일은 삼겹살 데이다. 이날 하루만이라도 동물복지에 대한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우리 인간에게 모든 것을 주고 생을 마감하는 돼지들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빈다. 삼겹살, 너에게 묻는다. 너는 언제, 좁은 독방에서 새끼 낳는 기계로 살다가 짧은 생을 마감하는 어미돼지의 한숨 소리를 귀담아 들어 본 적이 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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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