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1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1.01.14 17:34:41
  • 최종수정2021.01.14 17:34:50

장승구

세명대학교 교수

제천의 의림지 역사박물관에서 한수재 권상하 선생을 기념하는 특별 기획전이 열렸다. 한수재(寒水齋) 권상하(權尙夏, 1641~1721)는 충북을 대표하는 큰 선비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은 정치·경제·교육·문화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초반 권상하는 충북의 청풍(淸風)이라는 향촌에 거주하면서도 당시에 조선의 최고 인재를 양성한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 그의 제자들은 지금의 충북 지역뿐만 아니라, 충남·경기·서울 등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그의 문하의 제자들 가운데도 특히 뛰어난 8명을 세칭 '강문팔학사(江門八學士)'라고 불렀다.

강문팔학사 가운데도 이간과 한원진이 대표적이다. 이간과 한원진 사이에 사람과 동물의 본성이 같은지 다른지에 대한 논쟁이 발생하였다. 이것을 인물성동이논쟁이라고 한다. 권상하의 문하생들 사이의 논쟁은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조선후기 최대의 학술논쟁으로 발전하였다. 본성이 같다는 쪽은 사람에게만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동물에게도 인의예지신의 본성이 있다고 보았다. 단지 동물은 그러한 본성을 잘 표현하고 발휘하지 못할 뿐이다. 이에 반해 다르다는 쪽은 동물은 인의예지신 가운데 어쩌다 일부만을 가질 뿐이기 때문에 온전히 가진 인간과 본성이 같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권상하와 한원진을 비롯한 충청도 지역의 학자들은 대체로 다르다는 쪽을 지지하였고, 이에 반해 서울 경기 지역의 학자들은 같다는 쪽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우세하였다. 그래서 호락(湖洛)논쟁이라고 불렀다. 호(湖)는 호서 즉 충청지역을 뜻하는 데 권상하는 호학(湖學)의 종장이었다. 호락논쟁을 통해서 조선은 중국에서 학술과 사상을 수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스스로 소화해서 논쟁하는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이 논쟁은 현대 환경윤리나 동물윤리의 관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동물에게도 인의예지의 덕성이 있을 수 있다는 관점은 근대 서구사상처럼 동물을 기계와 같은 수단으로 보는 시각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권상하는 우암 송시열의 수제자로서 스승의 도통을 계승하였고, 우암은 율곡 이이의 도통을 계승하였다. 기호학파의 정통을 계승한 권상하와 그의 제자들은 중국의 공자와 주자의 도통이 조선의 율곡·우암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들은 만주족 오랑캐가 지배하는 청나라보다 오히려 조선이 정신적으로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여겼다. 왜냐하면 청나라에서는 전통 예의가 무너졌지만, 조선은 예의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예의를 높이는 조선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나중에 일본의 침략에 맞서 의병운동과 독립투쟁을 하게 하는 정신적 동기가 되기도 하였다.

우암 송시열의 사상은 올곧은 '직(直)'을 중시하였는데 권상하도 스승을 이어서 '직'을 강조하였다. 외부의 유혹과 이해득실에 흔들리지 않고 양심에 따라 올곧게 살아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현대 사회는 욕망과 이기심에 휩쓸려서 예의나 올곧은 직의 정신을 상실해 버렸다. 숙종은 이조판서·우의정·좌의정 등 모두가 부러워하는 높은 벼슬을 주어서 권상하를 조정으로 초빙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는 이를 거절하고 향촌에서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를 추구하였다. 권상하가 제자들과 함께 학문을 강론하고 인격을 함양하던 한수재(寒水齋)는 지금도 제천의 한수면에 남아서 보존되고 있다.

금년 한해 나의 삶을 어떤 철학을 가지고 어떻게 디자인 할 것인가· 금년에도 지난해와 똑 같은 방식으로 관성적으로 살아가는 또 다른 한해가 될지, 아니면 정말 새로운 의미 있는 한해가 될지는 나의 비전과 결심과 의지에 달려있다. 권상하의 호는 수암(遂菴)이다. 수암의 의미는 "내 마음이 진실로 배움에 뜻을 두면 하늘이 내 소원을 이루어준다."에서 왔다. 금년 한해 무엇인가에 좋은 뜻을 두고 진실로 열심히 노력하는 모든 분들에게 하늘이 그 뜻을 이루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