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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정치권의 미투(#Me Too)는 곧 검은 역사다. 그런데 왜 끝도 없이 이어질까. 정의와 공정 뒤에 숨은 권력의 위선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중성의 모순(矛盾)이다.

*** 평등 위 평등은 평등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13일 오전 영면의 길에 들었다. 영결식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같은 날 오후 박원순 고소인 측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고소인 측은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박 시장의 돌발적 죽음은 충격적이다. 인권 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 출신이라 더하다. 특유의 온화한 미소가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동안 보여준 행보는 많은 여성들에게 큰 힘이 됐다. 결코 외롭지 않다는 연대의 힘을 보여줬다.

앞서 정치무대를 떠난 비슷한 사람들이 오버랩 된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셋 모두 광역자치단체장이었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자였다. 동시에 절대적 인사권자였다. 세 사람의 공통점이 그랬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중성이 심각했다. 안희정 사건은 세상을 경악케 했다. 유난히 깨끗한 이미지에 그럴 줄 몰랐다. 여기서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오거돈 성추행 사건이 터졌다. 잠시 잊었던 미투 운동의 기억을 다시 소환했다.

지자체장의 권력은 막강하다. 광역·기초나 별로 다를 게 없다. 잘만 하면 재선·삼선도 할 수 있다. 12년 간 롱런할 수도 있다. 직원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한 번 눈 밖에 나면 최소 4년 한직에 머물 수 있다. 승진이 누락될 수도 있다. 민선시대 지자체장은 절대 권력이다. 공무원 사회가 충성경쟁 구조로 변한 이유다. 지자체장들의 성관련 사건도 제왕적 위치와 무관치 않다. 피해자의 억울한 사연도 알리기 어렵다. 용기를 내 문제를 제기해도 공공의 적이 되기 쉽다.

기회는 균등해야 한다.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다. 진보 정치인들의 핵심가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니었다. 겉과 속이 아주 달랐다. 기존의 정치인들과 다를 게 없었다. 그저 새 기득권의 등장이었다. 젊은 시절 진보 정치인들은 나름대로 도덕적이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세월이 길어지고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면서 변했다. 점차 권력집단이 돼 갔다. 그렇게 경멸했던 수구 정치인을 닮아갔다. 돌아오지 못할 강을 자꾸만 건너고 있다.

미투는 결국 진보 정치인들의 '내로남불'이 됐다. 권력이 사람을 변하게 했다. 특권의식을 갖게 했다. 각종 사건 때마다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이쯤에서 다시 조지 오웰을 떠올린다. <동물농장>의 문구를 인용한다. "모든 동물이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이 문장은 나에게만 허용되는 그 무엇을 갖고 싶어 하는 욕망을 고발한다.·평등하지 않게 특권을 누리려는 위선을 비판한다. 평등 위에 다른 특별한 평등의 존재를 갈파한다. 지자체장의 성범죄 역시 이런 의식에서 생긴다고 볼 수 있다.

"박원순마저~"를 곱씹어 본다. 갑작스러운 죽음이 던진 충격파가 너무 크다. 책망·실망·애도가 교차한다. 하지만 폭로된 '권력자의 성범죄'는 무참했다. 왜 이런 일이 되풀이 되는지 허망하다.

*** 정말 아니면 커밍아웃 해라

권력자들의 이중성은 지금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정말 아니면 과감히 커밍아웃을 외쳐야 한다. 이중성을 겸허히 고백해야 한다. 그래야 한걸음 더 나갈 수 있다. 진정한 진보로 거듭날 수 있다. "나는 이중적이었다." 박 시장은 죽음으로 이중성을 고백했다. 그래도 박 시장의 죽음은 미화하기 어려운 삶의 종결이다. 속죄로 선택한 죽음으로 수용되지 않는다. 더 이상 권력형 성범죄가 용서받을 수 없는 엄중한 세상이다. 의혹에 대한 명확한 진실 규명이 있어야 한다. 피해자가 느낄 압박감과 중압감을 고려해야 한다.

슬픔과 진실은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현실은 현실이다. 아직 모든 게 명확하지 않다. 사건의 전모가 분명해지기 전까지 판단을 미뤄보자. 모두에게 잠시 에포케(epoche·판단중지)를 요청한다. 다시는 이런 불행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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