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6·25전쟁 발발 70주년 - 지리산(智異山)을 찾아서

어머니의 산, 지혜의 산을 따라 간다
남북, 6·25 역사 꺼내 반면교사 해야
"나쁜 하나 버려 좋은 하나 얻어야"

  • 웹출고시간2020.06.24 21:18:56
  • 최종수정2020.06.24 21:18:56

지리산은 존재 자체로 이미 충분하다. 어떤 수식도 필요 없는 산이다. 한국인의 기상이 여기서 발원된다. 눈 시리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바윗길 지나 웅장한 폭포가 즐비하다. 주름진 골짜기마다 사연도 한 가득이다. 천왕봉이 지리산군을 도도히 굽어본다. 비밀스러운 삶의 이야기를 되돌아본다. 비경에 숨은 빨치산 이야기가 아프다.

ⓒ 함우석주필
[충북일보] 북한이 지난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남북화합의 상징을 부숴버렸다. 노골적이고 위협적인 도발이다. 평화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약속과 위반을 반복하고 있다. 협박은 모욕적이다. 점점 정도를 넘고 있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이 기습 남침을 감행한다. 그리고 70년이 지났다. 한반도는 여전히 요동치고 있다. 평화 프로세스는 무색해졌다. 곡절의 역사로 점철됐다. 긴박한 애증(愛憎)의 드라마였다. 한 마디로 파란(波瀾)의 연속이다.

한동안 사라졌던 대북 염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무조건적 인내로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지난 역사가 지혜와 통찰을 준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특별한 산행을 했다. 6·25전쟁 당시 지리산 빨치산의 본거지를 찾아 떠났다. 이념적 대립이 심했던 핏빛 땅을 답사했다. 거기서 함께 숨을 쉬어봤다. 현대사의 비극을 몸소 체험했다.

지리산은 현대사에서 굴곡의 공간이다. 전쟁의 모순적인 역사가 숨 쉰다. 천왕봉(1915m)에 오르면 하봉(1781m)이 보인다. 그 아래 치밭목대피소도 있다. 북쪽 너머엔 선녀굴이 있다. 마지막 여성 빨치산의 비극을 품고 있다.

해방이후 빨치산은 오랜 시간 동안 금기의 과거였다. 좌우 이데올로기의 격전지였다. 지리산은 여순사건을 일으킨 반란군과 좌익간부들의 은신처였다. 6·25전쟁 후엔 남부군 활동의 거점이었다. 빨치산과 토벌대의 전쟁은 7년이나 계속됐다.

그러나 빨치산 중 상당수는 이념이 뭔지도 몰랐다. 지리산 기슭에서 살아가는 이유로 수난을 당했다. 여자 빨치산들은 젖먹이 아기를 떼어놓고 나서기도 했다. 젖무덤이 퉁퉁 불어 허연 젖을 짜내기도 했다. 곳곳에서 그녀들의 눈물이 보인다.

지리산은 넓고 깊다. 숲은 크고 복잡하다. 비가 내려앉지 못할 만큼 촘촘하다. 햇살이 비집지 못할 만큼 울창하다. 틈이 없다. 바람도 안주하지 못하고 빠르게 비켜간다. 찾기도 힘들고 찾아내도 공격하기 힘들다. 드러내지 않는 칩거는 무섭기까지 하다.

지리산은 산국(山國)으로 불린다. 백두산에서 시작한 백두대간 남단의 종착지다. 한민족 역사의 대들보다. 그저 단순한 산이 아니다. 영남의 함양·산청·하동 3개 군과 호남의 남원·구례 2개 군을 끌어안고 있다. 어머니의 산이다.

지리산은 천혜의 요새다. 민가가 가까워 식량을 구하기도 쉬웠다. 섬진강 안개와 준령의 덤불은 몸을 숨기기에 제격이었다. 고산에선 피아(彼我)를 구별하기 힘들다. 울창한 숲은 치고 빠져나오기에 훌륭한 방어막이었다. 빨치산 활동에 유리했다.
지리산은 한때 해방구였다. 빨치산들은 스스로를 입산자(入山者)라 불렀다. 입산의 이유는 많다. 생계가 막막해서, 혹은 이념 때문에 그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쟁이 끝났다. 그리고 70년이 흘렀다. 냉전의 시기를 거쳐 평화의 시간을 맞고 있다.

하지만 최근 다시 공포가 엄습한다. 북한의 돌변이 남한을 위협한다. 물론 북한은 언제나 이중적 존재였다. 한 민족으로서 동지인 동시에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적이다. 분단이후 계속된 현실이다. 이중성에는 이중적 대응이 자연스럽다.

정부는 6·25전쟁 발발 과정을 돌이켜봐야 한다. 지금의 대북정책 기조가 생산적인지 검토해야 한다. 북한 역성에도 지켜야할 선이 있다. 순간의 방심이 민족의 비극을 불렀다. 대북 강경일변도는 맹목적이다. 일방적 인내 역시 공허하다.

북한은 6·25전쟁의 역사를 꺼내 다시 쳐다봐야 한다. 그리고 반면교사 해야 한다. 잘못된 오늘을 바로잡아야 한다. 역사는 현재와 미래를 위해 존재한다. 역사 자체만으로는 지나간 과거일 뿐이다. 박물관에 진열된 박제와 다르지 않다.

지리산은 오늘도 그 자리에 있다. 어리석은 사람도 머물면 지혜롭게 한다. 하나를 버려 다른 하나를 얻도록 돕는다. 북한도 나쁜 하나를 버려 좋은 하나를 얻어야 한다. 어머니의 산, 지리산의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 6·25전쟁 70주년이 아프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