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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4.07 17:05:41
  • 최종수정2020.04.07 17:05:41

조인숙

상당초등학교장

늦은 밤 부엌 일을 마치고 최종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음식물 쓰레기다. 현관을 나서 아파트 마당으로 들어서면 빙 둘러 50M 이상의 초고층 울타리가 보인다. 하늘을 보면 아주 광활한 플라네타리움에서 별자리를 바라보는 기분이다. 참 좋다. 상쾌하게 하루가 마무리되는 것 같다. 행복하다. 문득 궁금하다. 행복, 어떤 느낌이지? 뭐지? 우선은 무겁지 않다. 가벼움이다. 자유로움이다. 오직 이 순간에 몰입하는 단순함이다. 무엇보다 스스로, 혼자서도 편안히 웃으며 나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사소한 아름다움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사소한 즐거움을 가지고 산다. 그 사소함이 모여서 우리의 개성이 되고, 내일을 열어가는 근원적인 에너지가 되는 것 같다. 다시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럼 나는 어디서 가장 많은 행복을 찾고 있을까? 나의 집인가 망설였지만 학교의 영향력이 더 큰 것 같다. 학교, 다섯 살 무렵 나들이로 시작되어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2020년 3월 2일. 새로운 학교를 처음 만났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첫인상을 말한다. 첫인상, 참 신선하다. 그래서 더 좋다. 내게는 사람뿐만 아니라 식물, 동물, 건물 등에서도 첫인상을 강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느티나무는 계절의 변화에 무심하지 않으면서 수형이 평온하고 작은 바람에도 잎을 흔들어 주는 잔잔함까지 든든한 남편 같다. 학교의 첫인상을 말하려고 했는데 첫인상이란 말에 이끌려 잠시 한눈을 팔았다. 나의 학교, 우리의 학교, 상당초등학교는 어떤가? 참으로 깨끗하다. 쏟아지는 햇살 속에 거칠 것 없이 펼쳐지는 황톳빛 운동장이 시선을 잡는다. 이어지는 화단의 중심에는 네 구루의 큰 소나무가 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자태로 화단의 고품격을 자아내고, 아치 모양의 작은 장미 넝쿨까지 갖가지 크고 작은 나무들이 학교의 짧지 않은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운동장 가운데 서서 북쪽을 바라보면 남쪽을 향해 열린 '기역'자 모양의 5층 건물이 위치마다 초록의 이름표를 달고 웅장하게 서 있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돌봄교실을 찾은 아이들만 보인다. 누구나 알고 있고, 걱정하고, 빨리 극복되기를 염원하는 코로나19로 인한 휴업 사태다. 학교의 역사상 이런 휴업은 없었고, 온라인 학습과 생활지도는 더더욱 없었다. 처음이다. 그런데 선생님들의 움직임은 역시 다르다. 교육 강국을 새롭게 실감하게 된다.

전 직원이 모일 수도, 회의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몇 분의 교원들만 모였다. 직원들과 처음 가진 회의다. 마스크를 쓴 상황이라 얼굴 인식도 제대로 안 되는 서로 어색한 회의. 본론으로 들어가면서 시간을 잊는 진지함으로 변한다. 아주 간단하게 끝나리라 생각한 안건들이 시간을 넘긴다. 듣고만 있어도 감동이 인다. 6학년 대상 시상 규정에 5학년 때의 활동을 참조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혹시 불이익을 받을까, 학생들의 성장 의지를 꺾을까, 동기 유발이 미흡할까 걱정되어 갖가지 방안을 생각하고, 다듬어 가는 선생님들. 무엇으로 이분들을 지원할 것인가? 새삼 나의 과제가 명확해지는 시간인 듯하다. 회의가 끝나고 이 감동을 말하고 싶어서 만나는 이들에게 몇 번을 반복했던가? 아무리 말해도 지루하지 않은 감동이다. 감동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학교 코로나 예방 최전선에서 누구보다 바쁘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보건 선생님, 돌봄교실 선생님들, 낯설고 어렵지만 갖가지 방법으로 아이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학습의 결손을 최소화하고자 논의를 거듭하는 선생님들, 행정실 직원까지 학교 곳곳을 돌보며 누구 한 사람도 이 위기에 힘을 보태지 않는 이가 없는 곳. 혹시 병인가 싶을 정도로 감동할 것이 많은 곳이 학교다. 행복하다.

이렇듯 학교는 건물과 나무와 넓은 대지, 무엇보다도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창조하는 그 무엇이 조화되어 첫인상을 만든다. 학교는 비슷한 건물 구조부터 공통 구성 요소가 많아 오십보백보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 차이는 대단하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느껴지는 온도까지 다르다. 특히 학교는 엄청난 생명력과 성장의 힘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행복은 감동이 일 때 찾아와 아주 다양한 차이를 자아내는 아름다움으로 피어나는 것 같다. 바로 그때가 나를 나로 느끼는 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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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