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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성 - 제법 안온한 날들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마주한 사랑 이야기
의사의 시선으로 본 특별한 사랑의 기록 60편
가난·열사병 등 세상의 부조리도 예민하게 간파

  • 웹출고시간2020.03.26 10:49:42
  • 최종수정2020.03.26 10:49:42

제법 안온한 날들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328쪽

△제법 안온한 날들

예기치 못한 사건과 사고, 급작스러운 죽음을 매일 수없이 목도해야만 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삶의 무게와 슬픔의 깊이를 담담히 고백했다.

저자는 "살아보지 못한 인생을 매일같이 바꾸어 살아내고 있는 것 같았다"며 "매일 견뎌내고 있다"고 말한다.

여전히 치열한 응급 현장에서 여러 죽음과 사람들을 마주하는 저자는 좀 더 일상에 가까운 시선으로 삶을 이야기한다.

반복되는 절망과 비극을 온몸으로 막아내면서도 시련에 맞서 서로를 끌어안고 보듬으며 살아가는 가족들, 화재로부터 맨몸으로 아이를 지켜낸 아버지, 심정지 상태의 아들이 살아날 25%의 확률만을 생각하며 3일 내내 아들 곁을 지킨 어머니를 지켜보며 삶의 의미를 되묻고, 주저앉은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저자는 보통의 삶과 사람을 촘촘히 써내려갔다. 이 책은 두려움을 이기고 버티게 해준 특별한 사랑에 관한 기록인 셈이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매번 인간의 운명을 지켜봐야 했던 그에게, 모든 것은 결국 사랑이었다.

우리가 살아 있는 순간,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순간, 그럼에도 기억함으로 완성되는 순간 등 고통 이후 끝내 찾아오는 기적 같은 회복을 매 순간 지켜보는 저자가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에는 결국 지금, 여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 있음을 생생히 확인시켜주는 특별함이 담겨 있다.

책에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도 있다.

병원에서 만나는 의사는 하얀 가운을 입고 근엄하게 환자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하지만, 사실 진료가 무섭고 아프면 힘든 건 똑같다.

인간 보편의 고통 앞에서 그가 보이는 모습은 의사의 인간미를 보여준다. 사뭇 유머러스하게 묘사된 '개인적인 통증'이 때로는 묵직한 깨달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내밀한 그의 이야기들이 개인적인 것만으로 읽히지 않는 대목이다.

책 속 '가난', '세균', '열사병'과 같은 글에서는 의사의 시선으로 예민하게 간파한 세상의 부조리를 말하는 그의 음성이 느껴진다.

아무리 현대 의학이 발달했다지만 인간의 마음까지 과학적으로, 합리적인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불안과 공포가 사람들을 잠식하면 때때로 비이성적인 분노와 손가락질이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기도 한다.

'세균'은 장티푸스 무증상 보균자로, 반평생을 섬에 고립돼 살아야 했던 '장티푸스 메리'의 비극을 일깨운다.

그는 "현대 의학이 완벽해 보이지만, 실은 1900년대에도 의학은 '현대 의학'이었다. 지금의 우리도 완벽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전히 비합리적 공포감과 손가락질과 편견의 프레임이 남아 있고 누군가를 지탄하는 일이 더욱 손쉬워진 세계에서 악의 없이 불행했던 장티푸스 메리의 비극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난'은 돈이 없어 어떤 치료도 받지 않고 죽겠다던 어느 버스 운전기사의 이야기를, '열사병'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이 유난히 열사병 환자로 많이 실려 왔던 2018년 여름의 기억을 담고 있다.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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