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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1.27 14:21:02
  • 최종수정2020.01.27 14:21:02

김정범

시인

완공이 가까워져 오는 아파트 앞의 노변 카페에 앉아있다. 동편으로 바다 경관이 아름답고 뒤쪽으로는 호수가 있다. 관광지인 이곳은 호치민 생존 시절, 그가 자주 들러서 휴양했던 곳으로 날씨가 좋고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도시의 입구를 들어서면서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새로 지은 아파트다. 가로수를 보면서 오다가 이 빌딩을 만나면 답답해진다. 거대한 인공물이 전체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도시의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산과 들과 나무는 사라지고 인공물이 자연을 대신하게 되었다. 자연이 준 여백을 인간은 왜 자신들만의 욕망을 위해 지우는 것일까

김포의 논들은 날마다 한 마지기 제 허벅살을 도려서 도시의 바람에게 넘겨주었다. 웅덩이를 메우고 거푸집을 짓기 위해 산은 또 제 팔과 다리를 뚝뚝 분질렀다

거역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흔 몇 해 깊이 박힌 뿌리를 끊고 그가 훌훌 떠났을 때도 나는 바람에 결박당한 채, 도시에서 건너온 불빛에 속살 허옇게 드러내 놓은 겨울 산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가랑잎이 일제히 부르르 몸을 떨었다. 숲 어딘가에서 다시 한 그루의 나무가 스스로를 톱질하고 있을 것이다. 들 끝을 서성이던 해가 갑작스레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억새가 소스라쳐 서로의 어깨를 부둥켜안고 겨울새들은 여느 때처럼 논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익숙하게 길은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번번이 이렇게 그에게로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 어디로 흐르는지 어디에서 닻을 내리는지, 우리는 뿔뿔이 혼자 떠돌고 있었다

― 카페 포크웨이즈 1. 전문, 김경식 / 시집 적막한 말

시 속의 화자는 카페 포크 웨이즈에 홀로 앉아있다. 낡은 피아노가 있던 김포 고촌의 카페.화자는 자신 내면의 풍경과 외면의 풍경을 바라다본다. 그 풍경은 황량하다. 시인 내면에는 자신의 마음을 파헤치고 떠나버린 어떤 존재가 있다. 시에서 <그>로 명명된 존재는 오랜 시간 동안 시인과 함께했던 존재이고, 그의 떠남은 깊은 상실감을 준다. 창을 통해서 시인은 밖의 풍경을 본다. 먼 산은 해체되어 민둥산이 되어간다. 사라진 자연을 보며 시인은 <허벅지를 도려내고> <팔과 다리>를 분지르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 베어진 나무와 풀의 아우성과 함께 떨어지는 노을 자락, 시인의 빈 마음은 동요를 일으킨다. 떠나버린 내면의 사람과 사라져간 외면의 자연. 시는 두 개의 풍경을 오버랩하며 깊은 상실감에 젖어 들게 한다. 그 상실감은 시인에게 무력감을 주지만 힘없는 시인은 저항하지 못한다. 무력감은 <바람에 결박당한> 상황으로 비유되고, 그러한 현실을 시인은 그저 <망연히 바라보고 있을> 뿐인 것이다. 거대한 자본과 인간의 욕망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 그리하여 <어둠이 스며드는 길>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해진> 일이 되고 <거역할 수 없는> 풍경이 된다. 그 현실 속에서 우리의 존재는 <뿔뿔이 혼자 떠도는> 것이다. 이 시는 이러한 처절한 상실감을 표출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인간의 폭력성과 자아 상실'을 고발한다.

지구의 허파라는 브라질의 산림은 개발로 인하여 점점 훼손되어 가고 있다. 이제 인간은 전체 인류를 생각하고 지구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느 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 나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지구의 환경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한 개인이든, 집단이든, 우리는 가는 길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지> <어디서 닻을 내려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남아있는 자연이 더는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뿐이지만 인간의 욕망은 어디에서 끝이 날까.

우람한 빌딩 앞에서 작고 초라한 나무처럼 웅크리고 앉아있다. 가로수 그림자가 무겁게 흔들린다.잃어버린 우리의 여백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팔랑팔랑 뛰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이 한없이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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