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서지예

청주시 청원보건소 주무관

얼마 전 일이다. 친한 대학 동기가 드디어 지방직 공무원 필기시험에 합격했다며 반가운 연락을 해왔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로 면접 준비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나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마치 면접 준비 스타강사처럼 답했다.

"'청렴'이 제일 중요해. 무조건 '청렴'에 중점을 두고 답변을 준비해."

그러나 친구의 다음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했다.

"왜 '청렴'이 제일 중요한데?"

내가 누군가에게 물었고, 누군가에게 답을 들었듯 그저 '청렴'이라고 답을 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친구의 반문을 듣고 정작 나도 왜 '청렴'이 중요한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내가 청렴을 알다가도 모르겠는 것은 영어 단어 외우듯 청렴을 단어로 외워버린 까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 없는 암기는 실천이 어렵다. 내 생각이 아니라 여러 행동 변화 이론의 핵심이다. 친구의 물음에 답하고자, 그리고 더 나아가 나의 청렴 실천을 위해 청렴의 중요성을 이해해보기로 했다. 그렇지만 부패지수 상승이나 국가의 신뢰도 하락 등으로 접근하면 이해력이 낮은 나는 너무 어려워서 실천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청렴 실천의 중요성에 대해 내가 이해할 수 있게 나만의 방식으로 청렴에 접근해보기로 했다.

잘 모를 땐 어른께 여쭤보는 것이 최고이다. 나처럼 청렴에 대해 묻는 제자들이 많았나 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청렴이야말로 천하의 큰 장사'라며 목민심서에 명언을 남기셨다. 그렇다면 청렴은 왜 천하의 큰 장사, 남는 장사일까?

타인의 사례는 설득력이 낮다. 가장 좋은 사례는 나에게 펼쳐질 극한 상황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이것 역시 행동 변화 이론에 나오는 내용이다)

'나'라는 좁은 세계를 두고 봤을 때 내가 부정부패 사건을 일으켜 파면되면 나는 백수가 된다. 그러면 직장을 잃은 나는 N 포 세대가 된다. 가장 남지 않는 장사다.

이번엔 더 크게 '청주시'라는 세계를 두고 나쁜 상황을 그려봤다. 청주시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부패비리 사건이 생겨 청주시 공무원 전체 이미지가 실추됐다고 가정해보자. 믿을 수 없는 청주시에 어떤 시민이 살고 싶고, 어떤 시민이 세금을 내고 싶을까· 청주시는 재정 곤란으로 나에게 급여를 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더불어 이제 우리 부모님은 어디 가서 우리 딸이 청주시 공무원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없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엄청난 적자, 밑지는 장사다.

논어에는 '복생청검(福生淸儉)'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온다. 복은 우연히 오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검소한 생활을 즐기다 보면 저절로 오는 것이라는 뜻이다.

좀 더 풀어보면 청렴하게 주어진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살다 보면 좋은 주변 평판과 60세까지 걱정 없는 직장 등 수많은 복이 따라오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말씀하신 천하의 큰 장사와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청렴에 대한 좋은 글과 문구가 참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청렴 실천이 멀게만 느껴졌던 것은 나에게 그동안 청렴을 내 삶에 녹여내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나의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두가 '청렴을 이렇게도 바라볼 수 있구나. 나는 청렴을 어떻게 생각해왔나.'하는 나와 같은 과정을 거친다면 나의 글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공무원보다 민원인에 가까운 2호봉 신규가 참된 공직자로서 한 발짝 나아가려 애쓴 과정이 모두에게 가치가 있기를 바란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