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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표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 시설과 주무관

"지구는 어떤 한 종(種)의 소유가 아니에요. 동물이든 식물이든 모든 생명체가 똑같이 지구의 주인이죠. 어떤 종도 스스로 다른 종보다 우월하다고 여길 권리는 없어요. 인간도 고양이도 마찬가지죠."

한국 사랑으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최근 출간한 소설 '고양이'의 한 구절이다. 다른 생명체와 동행자로서 공존하고 싶은 작가의 소망을 나타낸 구절이다. 고양이라고 하면 인간이 '소유'한 애완동물 중 하나라는 인식이 작가에겐 몹시 불편했을 것이다. 내가 그동안 만났던 고양이, 아니 다른 모든 동물에게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새삼 궁금해진다.

베르베르의 소설은 중학교 때 읽은 '나무'라는 책 이후로 오랜만인데, 그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상상력에 감탄한다. 소설 '고양이' 역시 베르베르의 출세작인 '개미'라는 작품을 떠올리게 할 만큼 흥미로운 스토리로 필자를 매료시켰다.

작가는 주인공을 암고양이로 설정해 인간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했다. '고양이가 쓴 책'이라고 할 만큼 책을 읽는 내내 고양이가 된 기분이었다.

안락한 삶을 살던 주인공 바스테트는 테러와 전쟁으로 인한 공포를 감지한다. 그러던 중 머리에 USB 칩을 단 옆집 수고양이 '피타고라스'를 만나게 된다. USB 칩은 동물과의 소통을 원한 피타고라스의 집사가 생체실험을 통해 심어놓은 '소통'의 장치이다. 그 칩을 통해 인간의 인터넷 세계 정보를 수신할 수 있는 피타고라스의 존재는 주인공을 의식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킨다.

자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달하고 싶어 하는 주인공의 간절함은 일관성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쥐를 잡아 고마움을 표현하려는 바스테트의 고마움을 인간이 알아줄 리 없다. 소통이 가능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사전달이 잘 안되는데 다른 종들 간에는 어떠할까. 피타고라스는 인간과 소통할 수는 없으나 인간의 정보를 수신할 수 있기에 주인공을 지식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바스테트가 꿈꾸는 여러 종간 연대와 공존이 가능한 세상, 그 세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의 종간 장벽을 뛰어넘는 소통이다.

작가는 고양이를 앞세워 종 간 소통을 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그간 우리는 얼마나 다른 종을 이해하고 소통하려고 노력했는지 자신에게 자문하게 만든다. 공동체로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들에 대한 작가의 존중은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소설 속의 지구는 전쟁과 테러, 설상가상으로 페스트까지 퍼져 점점 인류 멸망의 위기로 치닫는다. 인간의 갈등과 욕심으로 황폐해진 지구로 피해 받는 생명체들의 모습은 인간 중심주의 모습을 신랄히 비판한다. 위기의 인류는, 인간과 고양이의 영혼을 통한 대화가 마침내 이뤄지고 나서야 점차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책에서 그토록 외치는 소통(疏通)이란 무엇일까?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다'를 뜻하는 사전적 의미를 완성하기 위해선 '말로 통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음으로 통하기 위해선 상호 존중해 서로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마음, 즉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는 원활한 소통의 시발점일 것이다.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저자의 의도 또한 이와 같으리라 생각한다. 두 권의 책에 담긴 고양이가 본 사람들의 모습은 순간순간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책을 덮을 때까지 작가는 나를 고민에 빠져들게 하고, 계속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지구에서 인간이 차지하고 있는 적절한 위치가 어디인가? 인간은 다른 생명체들과 달리 다양한 지식과 정보들을 알고 무궁무진하게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이 특권을 어떻게 사용해 왔는가? 작가는 책 속에서 성장해가는 고양이처럼, 이러한 문제를 고민하며 성숙해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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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