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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카페를 즐기는 체스키크룸로프 시민들

요정의 숲, 플리트비체를 가슴에 묻고 크로아티아를 떠났다. 중세귀족의 나라, 체코로 향하는 내내 또 다른 기대감으로 설렜다. 하나인 유럽을 대변하듯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들이 비슷비슷하다. 어디를 가나 그들은 나무와 숲을 잘 가꾸어 놓았다. 천천히 물들어가는 단풍이 사람을 차분하게 한다. 그때, 노란 유채바다가 이어지며 나타나 새로운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노랑노랑 바다, 그들은 유채꽃으로 기름을 짜서 공정하여 바이오디젤유로 사용한단다. 체코로 가려면 오스트리아 국경을 경유해야한다. 그런데 어제와 달리 오늘따라 차량마다 승객들을 내리게 하고는 일일이 컨트롤 한다. 유태인 피살사건이 생겼단다. 유럽까지 따라다니는 중동 분쟁 심각성을 느꼈다. 3시간 반을 달려 ‘체스키크룸로프’로 입성했다.

블타바강이 휘도는 마을

체코 남부에 자리한 이 도시는 블타바 강이 S자로 감싸 도는 아담한 고장이다. 모든 건물마다 중세 신성로마제국 보헤미아왕국 흔적이 서려있다. 300여 개 이상의 건축물이 세계문화유적으로 등록되었다니 도시전체가 유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수공예품을 파는 아기자기한 ‘라트란’ 거리를 걸었다. 저만치 크룸로프성이 보인다. 이 성은 멀리서 보면 벽돌로 지은 것 같으나 실제 벽면은 그림이란다. 13세기에 입체 시각효과를 표현했다는 것이 놀랍다. 바닥을 두툼한 사각 돌로 촘촘히 채운 길을 걸어 언덕에 올랐다. 단풍에 싸여 편자모양으로 굽이쳐 흐르는 강에서 노를 젓는 사람들, 붉은 지붕건축물과 성의 둥근 탑이 어우러져 동화 같은 풍경이다.

11세시에 건축한 망토다리

11세기에 건립된 ‘망토다리’를 건너 성으로 들어갔다. 이쪽 성과 저쪽 성 사이에 흐르는 협곡을 연결하는 아치형 다리모습이 망토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란다. 3층으로 된 다리에 석조기둥들이 버티고 있다. 1층은 극장, 무도회 홀과 연결되어 있고 3층은 정원이 있는 갤러리로 통한다. 성 안에는 영주가 살던 궁전과 예배당, 조폐소, 바로크식 극장과 정원이 재현되어 있어 중세귀족의 생활상을 느낄 수 있었다. 성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가려면 블타바 강에 놓인 ‘이발사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

프라하 성

그들은 유적지 하나에도 의미를 담아 전설을 만들어낸다. 그 옛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영주의 아들이 휴양 차 이곳으로 와서 살았단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이발사 딸에게 반해 결혼을 했단다. 그러나 정신질환자 왕의 아들은 발작 중에 아내를 살해하고 말았단다. 현실로 돌아오자 그 사실을 망각한 왕자는 범인을 잡겠다고 길길이 뛰면서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죽였단다. 급기야 장인인 이발사가 나섰단다. 더 이상 무고한 희생을 막기 위해 자신이 딸을 죽였다고 거짓 자백을 하고는 참수 당했단다. 사람들은 이발사를 추모하며 다리에 이름을 붙였단다. 옛 사람들의 사랑과 애증이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2시간30분을 달려 체코수도 프라하로 이동했다.

바츨라프광장

프라하 하면 ‘프라하의 봄’이란 말이 떠오른다. 체코민주화 성지 바츨라프광장으로 갔다. 이 광장은 체코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이 벌어진 무대이다. 1918년에는 체코슬로바키아 독립선언이 선포되었고, 1968년에는 ‘프라하의 봄’ 이라 일컫는 민주화운동이 일어나 광장일대가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곳이다. 물론 소련의 군사개입으로 큰 희생을 치렀지만, 자유를 향한 그들 열망을 영원히 잠재울 수는 없었다. 21년 뒤 1989년에, 수십만 시민들이 이곳으로 다시 모여들었고, ‘벨벳혁명’이란 이름의 그 혁명은 공산정권 몰락을 이끌어 냈다. ‘벨벳혁명’은 부드러운 벨벳 천처럼 피를 흘리지 않고 평화적 시위로 정권교체를 이루어내서 붙인 이름이란다. 소련무력개입에 항거하며 목숨을 끊은 ‘얀 팔라흐’ ‘얀 자이츠’ 두 젊은이를 기리는 기념비가 광장에 있다. ‘프라하의 봄’이라는 단어를 어느 날 신문에서 보았을 때, 먼 나라 일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나를 자책하며 동상들 앞에 잠시 서있었다.

구 시가지

대통령관저로 이용하는 프라하 성은 외관만 관람하고, 천년 세월을 넘기며 서있는 ‘성 비트교회’ 고딕양식인 ‘틴’ 교회 내부를 관람했다. 모든 성들은 웅혼하고 고풍스럽다. 구 시청사광장 천문시계를 구경한 뒤, 프라하의 낭만을 느끼며 구 시가지를 걸었다. 프라하야경,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어둡기를 기다리며 저녁식사를 했다. 해가 지고…. 천년역사 백탑건물들이 어둠 속에서 은은히 빛난다. 역사와 전통과 세월의 무게를 안은 고성(故城)들이 불빛을 머금고 투명하다. 실패한 여행은 없었으나, 이번 여행도 특별한 여행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렇게 프라하의 밤은 깊어갔다.

임미옥

청주시1인1책프로그램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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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