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1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정희

수필가

마침내 브로치를 찾았다. 한동안 보이지 않아서 노심초사했던 것이 오늘 아침 입으려고 꺼낸 옷에 떡하니 달려 있다. 며칠을 두고 끌탕을 했었다. 솔직히 그렇게 찾지 않아도 버리지 않은 이상 나중에 보면 서랍 같은 데 들어 있다. 알면서도 우선은 눈에 띄지 않으니 방안을 모두 뒤지면서 속을 끓였다. 걱정 아닌 걱정에 시달렸다가 원피스에 멀쩡 붙어 있으니 기쁘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안개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50m 정도였던 가시거리가 잠깐 새 10여m로 좁혀졌다. 어둠과 습기가 동시에 달라붙으면서 갑자기 오싹한 느낌이었다. 회색 빛 미궁 속을 걷는 것처럼 두려웠던 마음이 볕이 들면서 거짓말처럼 환해진 것이다.

첩첩 에워싼 물방울 밀림은 그렇게 사라졌다. 투명한 가을 햇살 뒤로 멀리 청미천도 보이고 주변의 아파트와 건물도 뚜렷하게 보인다. 10분을 격해서 본 두 개의 세상이 대조적으로 나타난다. 누가 치운 것도 아니고 햇볕이 나면서 스르르 걷힌 것뿐이었는데.

서울 시내를 20cm 두께로 덮은 안개도 겨우 물 한 컵 분량이란다. 한 컵 물이 600억 개의 미립자로 분리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요즈음 같은 초가을이면 안개가 자주 끼는데 전부 모아 봤자 그 정도라니 놀랍다. 가시거리가 짧아지고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 등 여파가 만만치 않으나 잠깐 볕이 들면 모든 게 해결된다.

오늘 아침 브로치를 찾아내면서 느낌도 엇갈려 지나갔다. 그렇게 나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온 집안을 뒤졌던 거다. 안개 또한 당장 눈 앞을 가로막지만 바가지로 퍼낼 수도 없고 프로펠러로 날려 버릴 수도 없다. 설혹 그렇게 한들 속만 타고 역부족이었으나 볕이 나고 바람 불면 당장에 걷히듯 우리 걱정도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

걱정이 반찬이면 상다리가 부러진다. 통계에 의하면, 그나마도 70%는 쓸데없는 일에 대한 것이고 나머지는 지난 일에 대한 걱정이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까 봐 노심초사하는 사람 때문에'기우'라는 말도 있지만 걱정으로 풀릴 거면 걱정을 하지 않아도 풀린다. 600억 개의 물방울 미립자를 모아서 한 컵 물로 바꾸면 끝없는 안개의 성도 허물어지듯 그렇게.

걱정을 하지 않는 편이다. 승산이 있으면 몰라도 가망이 없다고 생각되면 깨끗이 잊는다. 돈 문제만 해도 쓰다 보면 바닥이 나지만'아직 이만큼이나 남았어'라고 한다. 그러나 물건은 소소한 것도 없어지면 신경이 쓰여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찾아 봤자 솔직히 별 것도 아니다. 벨벳으로 된, 아주 마음에 드는 거였지만 잃어버리면 더 예쁘고 산뜻한 것을 사게 될 수도 있다. 오히려 다행인 줄 알면서도 그리 유난을 떨었다.

이제는 설혹 잃어버릴지언정 좀 더 차분해지리라고 생각했다.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몸을 달구는 것은 안개를 치운다고 삼태기나 빗자루를 들고 설치는 것과 같다. 모든 병이 그로써 비롯되고 습관성이라면 방법은 간단하다. 속을 끓이기보다는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다. 명랑한 사람이 근심이 없어 그리 밝은 모습이었을까. 아니다. 어떤 경우든 매사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도 되찾은 브로치를 보니 대견하다. 안개가 걷히고 나면 유달리 맑은 날씨가 되듯 우왕좌왕 찾은 것 때문이다. 잃어버리면 어쩌나 참으로 조바심치던 일도 무색해진다. 이렇게 찾을 줄 알았더라면 속을 끓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괜한 일로 짜증부리고 시간 낭비에 유익할 게 없다. 안개는 자욱하지만 겨우 물 한 컵이듯 무성한 근심도 안개처럼 사라질 때가 있다. 세월이 가면 처방도 있지만 생각 나름이다. 하지만 말뿐이고 다시 또 뭔가 잃어버리면 또 그 짝인 줄 알기에 그 또한 심란하니 이래저래 걱정이 없을 수 없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