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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하늘만 보아도 행복해질 때가 있다. 수술을 받거나 해서 거동이 불편한 병자, 또는 감옥에 갇혀 있는 수인들은 명주 이불 흩뜨린 것 같은 공간이 얼마나 간절할까.

새라도 날아가면 가슴이 뛴다. 하지만 날갯짓은 겨드랑이가 빠질 것 같은 아픔이리라. 그래도 거침이 없으니 새들조차 허공을 거부하지 않는데 우리는 습관적으로 절망한다. 얼마나 치열한 삶인데 투정이나 일삼고 지낸다면 너무 억울하다.

내일을 보면서 산다. 날개 때문에 내일을 포기했던 하루살이를 보면 아무렇게나 보낸 오늘이 곧 어제 죽은 사람이 염원했던 내일이라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아름다운 날개도 내일이 없는 절망에는 역부족이듯, 내일이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걸 참아야겠지 싶다. 하필 내일과 맞바꾼 날개로 불길로 뛰어드는 게 하루살이의 본성이다. 경거망동이라 해도 그 속내는 오죽했으랴 싶다. 하루밖에 주어지지 않은 그 하루를 위해 목숨을 걸기 때문이라 쳐도 그 몸짓은 처절하기만 했다. 오늘만 안다고 도대체 오늘만 알고 내일을 모른다고 비난할 수 없는 심정이다.

오늘보다 중요한 게 있다면 내일에 거는 소망이다. 그런데도 하루살이는 날개를 택하였다. 그에게는 오늘이 전부였던 것이다. 내일의 소중함을 알았다면 간단히 포기하지는 않았을 날개의 불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내일을 생각할 수도 없이 오늘의 멍에를 담보로 설정했지만, 내일이 없는 이상에야 어쩔 것인가. 하루가 끝나기도 전에 타버린 속에 영원히 타지 않을 내일이 들었다. 주어진 것은 단 하루뿐인, 이름을 바꾸지 않는 한 끝까지 따라붙게 될 멍에였다.

콘크리트 바닥에 이름 모를 풀이 고물고물하다. 자란 것도 자란 거지만 꽃까지 피운 게 경이롭다. 좁은 틈이 뿌리박은 배경의 전부라면 그렇게 자란 의지보다 어기찬 게 또 있을까. 두어 발짝만 옮겼어도 기름진 꽃밭인데 하필 거기에 뿌려진 절망도 생각 하나로 바꾸었다. 뿌리박은 이상에는 살아야 한다고 다짐했을 테니 열악한 조건일수록 의지로써 극복이 된다는 사실을 보는 것 같다.

화려한 정원을 꿈꾸었다면 십중팔구는 죽었을 것이다. 다행히 그런 곳이나마 뿌리박은 데 대해서 만족했기 때문에 꽃까지 피울 수 있었다면, 우리가 집착하는 삶의 조건도 대부분 상대적이다. 더 나은 걸 생각할 게 아니라 더 못한 것을 보면서 자신을 가라앉힐 일이다. 성에 차지 않아도 콘크리트 바닥의 잡초같이 품성을 다독이면 사는 게 한결 쉬워진다.

콩을 심어 가꾸면 콩밭이고 깨를 심어 가꾸면 깨밭이 된다. 하지만 불행의 밭에서는 행복이 싹트기도 한다. 겉으로 나온 것은 불행의 싹이지만 자라면서 행복의 나무로 바뀐다. 어떠한 밭에서든 행복을 가꿀 수 있다. 멀쩡한 행복의 밭에서도 불행의 싹이 나올 수 있다. 불행의 밭에서도 행복의 나무가 자랄 수 있는데 행복의 밭에 불행의 싹이 무성해지는 건 곤란하다. 꽃방석에 가시가 있다면 가시 방석에도 꽃은 있다. 행복 지수의 측정기는 결국 각자의 몫이다. 어떤 여건에서든 행복하다는 마음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鹿皮(녹피)에 가로 曰(왈)'은 단순히 변수를 두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행복에는 무리 없이 적용될 것 같다. 특유의 신축성 때문에 가로 曰(왈)자가 날 日자가 된다면, 객관적으로 봤을 때의 불행도 행복으로 바꿀 수 있다. 꽃 한 송이에 가슴이 두근거릴 때가 있다면 곧 행복이다. 불행을 클릭해도 행복으로의 화면 이동이 가능하다. 상황은 그대로인데 생각으로 바뀐다. 살아 있는 한 행복해질 수 있는 연결 고리는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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