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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모처럼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모임에 가려는 참인데 어깨 부분이 약간 틀어져 보인다. 지난 겨울에 만든 원피스로, 꿰맬 때부터 아물려지지 않아 속 썩이던 부위가 막상 입으려니 또 그렇게 어색하다. 평소 옷을 고쳐 입는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해 왔다. 재단이며 바느질도 쉽게 했건만 이음매가 어렵다. 다른 부위는 그냥 드르륵 박으면 되는데 어깨와 팔꿈치 부분은 재단할 때부터 까다로웠다. 마땅치 않아 뜯고 고치다 보니 뜻밖에 오래 걸렸다.

일례로 메이커 옷은 대부분 원단이 좋고 디자인이 예쁜 줄 알고 있다. 하기야 그런 면도 없지는 않으나 어깨선과 허리의 연결 부분이 매끄러워 입기가 편하다. 적절한 이음매는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표방한다.

우리 보는 풍경만 해도 어우러지지 않고 겉돌면 삭막할 뿐이다. 흐르는 물줄기와 울멍줄멍한 산세의 경계가 자로 잰 듯 뚜렷하면 참으로 어색할 것이다. 언제 냇물로 강물로 합쳐졌는지 모를 정도의 유연성이 아니면 우리 늘 보는 풍경이 나오기는 힘들다.

엊그제 친정을 다녀오면서 본 달래강도 그랬다. 물 오른 버드나무가 물에 푹 잠겼는데 치렁치렁 늘어진 가지가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찰박이는 물소리에 뒤섞여 달천강 합수머리가 보인다. 남한강 상류인 고향의 달래강과 탄금대 물이 만나는 곳이다. 그 다음 여주를 지나 양수리에서 북한강 줄기와 어우러져 한강으로 흘러든다.

이어서 또 다른 물줄기와 만나 바다로 흐르겠지만 어디서부터였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달래강에 합류되기 전 흘러온 고향의 시냇물도 언제 산골짝 개울에서 시냇물이 되는지 알 수가 없다. 한 나라의 국경도 어디 땅 한 자락이 뭉텅 잘려나간 게 아닌 강이나 벌판 혹은 산을 기점으로 나누어진다. 땅덩어리를 나누는 나라의 경계도 그럴진대 소소한 풍경이 경계를 논한다면 그야말로 억지다.

요즈음 파워포인트를 배우면서 느낀 내용이다. 좋아하는 작품에 음악과 그림을 넣어 편집하는 것인데 음악이 그 중 어렵다. 내용이 짧을 때는 한 곡만 들어가지만 두 곡 이상 들어가면 복잡해진다. 보통 처음 곡이 끝난 뒤 다음 항목에 넣으면 잠깐 공백이 생기고 메우기 위해서 바로 앞 페이지에 넣는 것인데 잘못 설정하면 끊어지는 느낌이다. 언제 합쳐졌는지 모를 정도의 유연성이 아니면 어색하게 들린다. 내용이 짧을 때도 변화를 주고 싶어서 2곡 이상을 넣으려면 그리 까다롭고 작업이 만만치 않다. 이음매의 중요성을 또 한 번 본다.

명곡일수록 주제가 달라질 때의 연결부분이 부드럽다. 난해한 곡일수록 지루한 느낌에 불협화음도 넣는 거지만 들쭉날쭉 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합류된다. 변화가 많은데도 무난하게 들을 수 있는 멜로디에서 경계는 분명하되 은근히 드러나야 되는 어울림의 진수를 본다.

경계는 있지만 이렇다하게 금은 없는, 그런 속에서도 뚜렷한 개성을 추구하는 삶이고 싶다. 우리 삶에서도'너는 너''나는 나'라고 겉돌면 산이 산이기를 고집하고 강이 혼자 강이라고 고집하는 격이다. 개울이 자기는 개울이기 때문에 여기서 끝이라고 하면 시냇물과 강물과 바다가 형성되지 않는다. 살풍경할 밖에. 크고 작은 산맥도 고을고을 마을마다 뻗은 뒷산에서부터 맥을 이루면서 거대한 산줄기가 되었다. 풍경은 혼자 아름다울 수 없다.

뚜렷한 게 개성의 특징이되 과감히 어울릴 때 진면모가 드러난다. 단풍만 해도 가지각색 나무가 수많은 빛깔을 드러내지만 겉돌기는커녕 착착 어우러지고 색깔 또한 얼룩지지 않는다. 어울리기는 하되 개성이 뚜렷한 풍경의 진수를 보는 것 같다. 언제 강이 되고 바다가 되는지 몰라도 결국에는 엄청나게 많은 물을 담는 것처럼 언제 자라고 어른이 되는지 모르지만 어느 날 눈에 띄게 어기차고 틀스러워진다. 자연스러운 이음매는 부드러운 어울림을 나타낸다. 살면서 적용하고 싶을 정도로 경건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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