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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최후의 만찬'이라는 명화가 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기 전 제자들과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묘사한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그림이다. 종교에 상관없이 익히 알려진 그림인데 우연히 그에 관한 일화를 듣고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레오나르드 다빈치는 우선 예수의 모델을 찾는 데 고심했다. 누구라도 존경할만한 사람을 찾아서 모델로 삼아 예수를 그렸다. 이어서 은 서른 냥을 받고 예수님을 배반한 유다의 모델이 될 사람을 물색했다. 마땅한 사람이 나서지 않아 끝내는 형무소를 찾아갔다. 백방으로 수소문 끝에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죄수를 찾아냈다. 적임자라고 생각한 다빈치는 형무소에 가서 양해를 받은 뒤 그림을 시작했다.

그림이 완성되자 지금까지 모델을 해 왔던 사람이 돌연"선생님, 저를 모르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다빈치가"글쎄요·"라고 대답하자 그는"제가 바로 일전에 선생님의 부탁을 받고 예수의 모델을 했던 그 사람입니다."라고 하며 눈물을 흘렸다. 다빈치는 놀랐다. 그림을 완성한 3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서 두 얼굴로 나타나는 복잡다단 일면 때문이었다.

한 사람에게서 선과 악의 양상이 극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3년은커녕 사흘만에도 뒤집어지는 게 우리의 본성이다. 시도 때도 없이 머리를 드는 나쁜 마음은 독버섯처럼 마음의 밭을 황폐하게 만든다. 밭이라면 풀을 뽑고 김을 매 주는 것으로 끝날 일이나 우리 마음의 관리는 간단한 게 아니다.

예수의 모델로 연상될 만치 고매한 인격자가 어느 날 범죄자로 바뀐 것은 그 사람 또한 어느 순간 본래대로 선량해질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예수의 모델로 선정될 만한 인물이 갑자기 유다의 이미지로 바뀔 수 있는 것은 또 자기와의 싸움에 이기느냐 지느냐의 차이로도 볼 수 있다. 두려운 것은 밖에서 쳐들어오는 외적도 산중의 적도 아닌 나 자신이다.

일반적으로 싸움은 이기든 지든 양단간에 결말이 난다. 하지만 자기와의 싸움은 자신이 아군도 되고 적군도 되는 까닭에 생각보다 어렵다. 손수 작전을 짜고 지휘를 하고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싸움이라면 치밀한 작전과 훈련이 잘 된 군사와 뛰어난 지휘관으로 해결될 수 있되 자기의 싸움은 아군과 적군이 따로 없다.

남들과의 싸움에는 열을 올리면서 자기와의 싸움은 등한시한다. 남에게는 차라리 져도 별다른 여파가 없으나 자기와의 싸움에 지는 것은 스스로의 관리 문제다. 이기고 지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와의 싸움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신중을 기할 때라야 승부를 걸 수 있음을 말하고 싶다.

최후의 만찬이라는 명화에, 1인 2역의 모델로 등장했던 그 사람이야말로 선악의 갈등에 시달리는 우리들 모습 아니었을까. 어떤 사연인지 모르나 선량했던 사람이 감옥에 들어갈 정도로 바뀐 배경은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환경에 따라 좌우되지만 그렇더라도 자신에 대한 통제는 중요하다. 환경도 중요하지만 진흙에서도 연꽃은 핀다. 기왕이면 깨끗한 물에서 피기를 원한다 해도 여건이 정말 나쁠 때는 진흙에서도 피울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 인간은 보통 운명과 환경의 지배를 받게 되지만 더 크게는 마음의 지배를 받기도 하는 존재였기에.

이기는 것은 결국 참는 것을 전제로 한다. 자신을 이긴다는 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지만 가볍게 생각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종교적인 문제를 떠나서 단지 한 사람에게 나타날 수 있는 양면성이 경이롭다고나 할지. 레오나르드 다빈치가 두 번이나 모델로 택하게 된 그 사람이 자기 콘트롤에 실패한 경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신을 지키는 데 좀 더 주력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기와의 싸움에 이길 수 있다면 세상 무엇이든 이루지 못할 게 없음을 숙지해야 되지 않을까. 남들과의 싸움에서는 양보도 하고 너그러워야겠지만 자기와의 싸움은 필사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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