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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1.02 17:42:29
  • 최종수정2019.01.02 17:56:54

김귀숙

관기초 교장

 새해 새 날이 밝았다. 또 한 해의 출발을 알리는 해가 동쪽 하늘에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나 떠오르는 해인데 오늘 유달리 커 보이고 힘차 보이는 것은 연말 아름다운 마무리를 봤기 때문이다.

 한 해를 보내면서 연말 두 차례의 퇴임식에 참석했다. 처음은 아이들과 유난히 친하고 안전한 통학과 현장체험 학습을 위해 애쓰셨던 운전주무관님의 퇴임식이었다. 우리는 선물, 감사패, 플래카드와 축하편지 등을 정성껏 준비하며 보내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주무관님은 조촐하게 음식점에 저녁자리를 마련하셨다. 교감선생님은 약력을 소개하는 대신 마음을 담은 편지글을 읽으셨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내내 코끝이 찡해져서 슬며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 주무관님은 학교에 5시 30분이면 오셔서 하루를 시작하셨다. 날마다 어둠이 숨죽이던 학교에 창문을 열어 새벽 공기를 불어넣어줘 생명력을 더해주셨다. 어떤 날은 화단의 웃자란 풀을 다 깎아 놓으신 후 통학버스를 운행하셨고 눈이 온 날은 오르막 등굣길에 미끄럽지 않도록 다 쓸어놓고 운행을 나가셨다. 이웃 학교로 운반 급식하는 급식소 여사님들을 위해 무거운 국이며 밥, 반찬통을 차에 옮겨 실어주시는 것도 주무관님의 하루 일과였다. 어디 이 뿐이랴. 학교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에 주무관님은 언제나 앞장 서 주셨고 관기 직원들은 그런 주무관님을 아끼고 사랑했다.

 마지막 날까지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출근하신 주무관님을 보러 사모님과 자녀분들이 학교를 방문해주셨다. 28년을 매일 새벽 4시 30분이면 아침을 먹고 출근하셨다는 사모님의 말씀에 또 가슴이 먹먹해졌다. 주무관님은 마지막 하교버스를 운행하시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셨다.

 두 번째는 마로파출소 이학재 경감님의 퇴임식이었다. 파출소장님의 퇴임식은 보은군경찰서에서 있었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지인들이 함께 했다. 나도 다양한 지인들 중에 한 명이었다. 지난 3월 관기에 부임하면서 알게 된 소장님은 마로면의 주민들의 치안을 위해 본연의 업무를 다하고 계신 것뿐만 아니라 각 기관과 단체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해주셨다. 1주일에 한 번 점심을 함께 한 후에는 자연스럽게 차 모임을 갖게 해주셨고 그 자리에서 우리는 마로면의 성장과 발전에 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었다. 교육에 대한 의견을 함께 나눈 것도 물론이다.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역 주민들과 서로 가깝게 지낼 수 있게 된 것도 그 덕분이었다. 퇴임소감을 꺼내시며 소장님은 눈물을 보이셨다. 대한민국 경찰로 근무하며 자녀들이 태어날 때도 사모님 곁을 지키지 못했었노라고 울먹이시는데 난 또 눈물을 흘렸다. 경찰 업무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사진, 차, 보은 지역의 문화재, 인성교육 등에 관심을 갖고 배움을 놓지 않으셨던 소장님의 열정적인 삶에 탄성이 나왔다. 평소에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삶을 살았던 소장님은 초, 중, 고 모교에 장학금을 기탁했다. 파출소장님의 마무리는 따뜻했고 감동적이었다.

 긴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는 두 분의 퇴임식에서 난 출발의 힘찬 발걸음을 봤다. 한 해가 끝나고 새 해로 가는 길에 이음새가 없듯 퇴임을 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도 지금까지의 모습과 같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오늘을 내일로 미루지 않고 열심히 베풀고 배려하고 나누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무관님은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밥을 먹고 누군가를 위한 하루를 열었을 것이다. 파출소장님도 이웃과 따뜻한 보이차 한 잔을 나누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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