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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요즘 젊은이들은 사랑을 구가하는 일엔 참으로 미숙하다. 거리에서 타인의 시선 의식 않고 애정 표현을 하고, 쉽사리 성개방화 물결에 휩싸여 정조관념이 희박하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의외로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는 일에는 성숙하지 못한듯하다. 이는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마음보다는 사랑 앞에서도 계산기부터 먼저 두드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남편 없이 홀로 외동딸을 키운 지인이다. 그녀의 딸이 중매로 어렵사리 어느 남성을 만났다고 한다. 둘 사이가 한창 무르익어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 느닷없이 남성이, " 결혼식장에서 너희 어머님한테 절하기가 싫은데 안 하면 어떠냐?" 하더란다.

이 말에 그토록 애틋하던 둘 관계가 무너졌다고 한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지닌 언행을 통하여 사람 됨됨이를 평가하기도 한다. 사람이 행하는 언행 속엔 평소 삶의 가치관은 물론 교양, 지식 등이 내포 돼 있다. 그러므로 처음 보는 사람도 말 몇 마디 나눠보면 대략 상대방의 품성을 미뤄 짐작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로보아 이 청년은 기본적 인성이 부족한 사람이 틀림없다.

예식장에서 예식을 올릴 때 양가 부모님께 신랑신부가 큰 절을 올리는 순서가 있다. 이것은 신랑 신부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 은혜를 다시금 그 자리에서 되새겨보는 감사와 보은(報恩)의 시간이 아니던가. 이 청년의 언행을 유추해본다면 자신의 처가(妻家) 부모에 대한 공경심이 부족한 것이 틀림없다.

어쩌면 그 청년은 큰 절 올리는 게 번거롭거나 아니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기본적 예의 아니던가. 사람이 사람다울 때는 예의를 지킬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은혜를 알고 그것을 보은할 수 있기에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이다.

비록 사소한 말 한마디였지만 그 청년은 결정적 순간에 크나큰 실수를 저지른 게 분명 하다. 섬에서 혼자 산다면 벌거숭이로 살아도, 법을 지키지 않아도 아무도 탓할 사람 없다. 그러나 사회는 그렇지 않잖은가. 만약 결혼식을 올릴 때 양가 부모님께 절을 하라는 사회자의 말에 불응한 채 신랑 신부가 꼿꼿한 자세로 서있다면 양가 부모는 물론 그날 축하객들 눈에 이 들의 행태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옛말에 아내가 귀하면 처가 말뚝에도 절을 한다고 하였잖은가. 처부모도 부모 아니던가. 자신의 아내를 곱게 키우고 최고 학부까지 가르쳐 그 자리에 이르도록 한 사람이 부모님 아닌가. 부모의 헌신과 희생 없인 인간은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나또한 이 말을 듣고 남의 일이지만 왠지 입맛이 씁쓸했다. 이는 내가 너무 옛것을 고집하는 구태의연한, 즉 고지식한 사고만은 아닐 것이다. 효는 백행의 근본이라고 하였다. 부모한테 효도하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성공도 한다.

이 청년의 말대로 결혼식장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날 결혼식의 의미는 퇴색될 것이다. 왜? 결혼식도 올리는가? 두 사람이 이룬 사랑의 결실을 만인에게 알리고 축하 받기 위함이 아니던가? 우리가 왜? 격식을 차리고 예의를 지키는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이다.

동물은 예의와 염치를 모른다. 약속을 할 줄도 모르고 지킬 줄도 모른다. 그러나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이성과 지혜가 있다. 예의범절을 깍듯이 지키는 일은 불편한 일이 아니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요즘도 매사에 예의 바른 사람을 보면 왠지 남달리 보이고 기품 있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사람은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가장 대하기 쉬운 사람은 예의 없는 사람 아니던가.

사람은 언행을 통하여 상대방의 인품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의 처부모님께 큰 절 올리기를 꺼려하는 기본도 안 된 사람이 어찌 한 가정을 꾸릴 수 있으며 한 여인의 지아비가 될 자격이 있을까? 이 청년의 그릇된 사고방식을 대하며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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