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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어쩌면 그렇게 맛있는지 몰랐다. 미처 홍시가 되지 않았어도 충분히 먹을 만했다. 며칠 전 감을 한 상자 들고 오는데 제법 무거웠는지 서로 부딪치면서 상처가 나더니 금방 말랑해졌다. 줄잡아도 보통 열흘은 걸린다는데 어떤 것은 불과 사흘 만에 먹기도 했다. 똑같이 홍시를 안쳐도 먼저 되는 게 있고 나중 되는 게 있다지만 이틀 사흘 만에 먹는 경우는 드물다. 손가락으로 눌러도 자국 하나 남지 않는다. 그래서 땡감이라고 불렀을 법하지만 딴딴해도 그냥저냥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생채기가 나면서 부드러워진 탓이다. 속이 비치도록 얄팍하고 말개진 홍시를 보면 맨 처음 투박하고 딱딱했던 모습과는 너무도 판이하다.

감의 특징은 떫은맛이다. 누구나 아는 사실로, 갓 따 온 것은 텁텁해서 먹을 수가 없다. 아마도 음식 맛 중에서 가장 유별난 맛 같은데, 그래 시거든 떫지나 말라는 속담까지 나온 성 싶다. 신 것까지는 그나마 괜찮은데 떫은 맛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는 뜻. 그런 중에도 잘만 하면 맛깔스러운 홍시 또는 곶감으로 바뀐다는 게 묘하다. 특별한 반전이다. 대책이 없는 맛 타닌산이 그렇게 달라진다면 삶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타닌산을 없애는 방법은 다양하다. 소금물에 삭히는 침시가 있고 가장 흔한 것은 그냥 재워 둔 채 저절로 홍시가 되는 과정이다. 그 외에 곶감을 만들 때는 껍질을 얇게 저미는 게 힘들어도 날씨만 좋으면 마르는 것은 금방이다. 곶감 외에 침시를 만들 때는 ℃80 되는 뜨거운 물을 붓는다. 온수 시설이 잘 된 지금은 물을 끓이지 않고도 맞춰서 담글 수 있지만 이전에는 끓는 물을 식힌 뒤 항아리에 붓고 담요로 폭 싸서 12시간 이상을 묻어두었다. 그 다음 찬물에 씻어 먹는 것인데 조금은 번거롭다.

가끔 보면 나무에 달린 채 숙성되기도 한다. 언젠가 감나무 집을 지나다 보니 나무에서 직접 홍시를 따고 있었다. 높아서 따지 못하고 둔 것들이 눈비를 맞고 시달리면서 그리 되었을 것이다. 얇게 저며서 곶감을 만드는 것도 특별한 방법이다. 침시를 담글 경우 약간은 식히지만 처음에는 끓는 물이다. 그 위에 바람도 통하지 않게 꼭 막아서 재워둔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무에서 홍시가 될 때는 겨우내 눈보라를 맞으며 시달리고 궤짝이나 상자에 담아서 만들 때는 일정 기간 열지 않고 둬야 말랑해진다.

우리도 그렇게 수련이 필요할 때가 있다. 타닌산 같은 결점 없는 사람이 있을까. 그나마 떫은 맛을 제거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라는 점에 주력해야겠다. 항아리 또는 상자에 넣은 뒤 신문을 덮어두면 되는 것처럼 우리 역시 자기만의 방법으로 타닌산 같은 허물을 고칠 수 있다. 타닌산은 특유의 수렴작용으로 설사를 멎게 하는 등 여러 가지 약리작용이 있지만 감은 그 성분이 유달리 많아서 그냥은 먹기 힘든 까닭에 단지 성격상의 결함으로 연결해 본 것이다. 도대체 먹을 수 없는 떫은 맛도 홍시니 곶감이니 하는 과정을 통해서 특별한 맛으로 바뀐다. 타고난 성품이라고만 할 게 아니라 고쳐가면서 사는 게 바람직하다.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아도 나름 부단한 노력이라면 웬만치는 가능할 것이기에.

오늘 같은 경우는 부딪치고 상처가 나면서 사나흘 만에 홍시가 된 케이스다. 우리 가끔 역경에 휘말리고 본의 아니게 상처를 받을지언정 자기 삶의 타닌산이 제거되는 과정이라면 어렵지 않게 견딜 수 있다. 순리대로 해결되는 것은 자연스럽게 홍시가 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고 어려움이 닥칠 때는 무겁게 들고 오다가 부딪치면서 금방 먹게 된 경우로 비약할 수 있다. 아프고 견디기 힘든 상처도 반전의 계기가 된다. 사는 것도 생각 나름이었을까. 별나게 떫은 타닌산이야말로 최고 달콤한 맛의 시초였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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