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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로뎀나무를 생각하면 무지개 빛 환상이 스쳐간다. 딱히 그늘이 좋거나 잎이 푸른 것도 아니지만 이름부터 정겹다. 사막의 구릉과 광야 암석지대에서 바늘 같은 줄기로 뒤덮여 자란 것을 보면 나무라고 부르는 게 민망할 정도건만 하필 그 이름을 붙여 명명한 찻집은 오히려 정갈하다.

엊그제 동무와 함께 로뎀나무 찻집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찻집은 보통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고 여행 중에 잠깐 들어가 쉬기도 하는 곳인데 앙상하고 까칠한 나무는 판이한 뉘앙스다. 이름대로라면 길 가던 나그네가 그늘도 없는 나무 밑에서 쉰다는 뜻. 잎 하나 없기 때문에 쉴 만한 자리가 아니다. 무슨 의미였을까.

풍경이 그려진다. 광야를 지나던 한 사람이 멀리 나무 한 그루를 보았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보듯 달려가니 막상 잎 하나 없는 나무다. 그 위에 키도 작으니 앉을 수도 없고 혹 앉는다 해도 찔리는 게 일이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이 누워 있자니 모래찜질도 아니고 피곤만 가중되었을 것이나 그게 오히려 진정한 쉼이 되었을 것 같은 기분.

로뎀나무는 내성을 키우는 나무였을까. 그래서 휴식도 아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광야의 나그네. 막상 쉬려고 해도 전혀 마땅치 않은 것을 보고 자기는 그래도 로뎀나무보다 낫다는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기나긴 노정이기는 해도 언젠가는 끝나게 되지만 광야의 로뎀나무는 날아드는 새 한 마리 없이 주변은 온통 거친 들판과 황무지 언덕뿐이다.

그나마 광야에도 별이 뜬다고 하면서 소망을 생각했을 터. 로뎀이 시궁창을 뜻한다 해도 밤에는 수많은 별이 내려올 테니 엄청난 반전이다. 물도 귀한 광야를 생각하면 가당치 않으나 누르끄레하게 찌든 흙은 더러운 물이 말라버린 듯 칙칙하다. 시궁창 같은 고난 역시 누구에게나 있지만 거기서도 꽃이 핀다면 로뎀나무야말로 원초적 휴식을 나타낸다.

로뎀나무에게도 꿈은 있었으니까. 처음에는 잎을 틔우지 못해 고심했겠지. 아무리 해도 내리쬐는 폭양에 역부족이었겠지만 비도 간간 뿌렸다. 밤이면 거짓말처럼 기온이 떨어져 한숨 돌릴 수 있었고 조금씩 가지를 쳐 나갔을 테지. 그나마도 옆으로만 뻗어나갔으니 나무가 흔한 데서는 축에도 못 끼지만 물도 귀한 황무지다 보니 이름 고운 나무로 자라게 되었다. 싹을 틔울 때부터 거친 황무지인 건 알았고 조금씩 자랄 때마다 나쁜 여건에 시달렸겠지만 황량한 벌판에도 가끔은 훨씬 아름다운 뭔가가 있는 것처럼 힘든 속에서 찾게 될 삶의 경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꽃도 보면 폐허 속에서 예쁘게 피었다. 산새들 또한 가시덤불에 날개를 다치며 울 때도 소리는 고왔다. 로뎀나무 찻집의 기억이 아름다운 것도 열기나 부추기듯 훨씬 뜨거운 나무 그늘이라 오히려 활력이 된 그 때문이었을까. 열매는커녕 잎도 없다. 폭양도 모자라 앙상한 가지는 온통 할퀴기까지 했으나 그래서 특별한 쉼을 동반하는 로뎀나무 이미지.

광야는 어디든 시원할 수 없다는 섭리를 새기며 묵묵히 답파하게 되듯 힘들 때마다 로뎀나무의 절망과 불행을 생각하면서 꿋꿋한 의지를 다진다. 풀 한 포기 자라기 힘든 곳에서 우거진 나무는 전혀 가당치 않듯이 사막의 대장정 같은 인생 역시 로뎀나무 밑에서의 휴식 아닌 휴식도 일련의 과정이다.

특별히 시궁창을 뜻하는데도 예쁘장한 찻집과 펜션 이름으로 자주 등장하는 걸 보면 삶 역시 행복과 기쁨, 즐거움보다는 어려움 속에서 정교해지는 걸까. 우리가 꿈꾸는 낙원 또한 꽃 피고 새 우는 곳이 전부는 아니었다. 메마른 벌판과 뜨거운 볕이 로뎀나무 이미지를 높여 준 것처럼.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잠깐이나마 땀을 식힐 수 있는 배경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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