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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3.19 14:31:32
  • 최종수정2017.03.19 14:31:32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전북 장수에서 발원하여 소백산맥 물줄기를 모은 금강. 이 비단 강은 서해에 당도하기 전 한반도의 서쪽 땅 허리를 갈라놓았다. 1천5백년 전 숙명적으로 만난 신라와 백제는 이 강을 두고 처절한 대결을 펼쳤다. 왜 여기에서 그토록 많은 젊은 전사들이 피 튀기는 전쟁을 해야 했을까.

백제의 임시수도였던 웅진(공주)과 마지막 수도였던 부여 사비가 금강 하류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었다. 충북의 남부 삼군인 보은, 영동, 옥천은 바로 왕도의 인후(咽喉)에 해당된다. 경상도 상주를 통해 북상한 신라는 한 발자국이라도 서쪽으로 진출하려했으며, 백제는 이를 저지하려 총력을 집중해야 했다.

삼국사기를 보면 충북 옥천군은 백제 때 고시산군(古尸山)으로 불렸다고 한다. 또는 '고리산(環山)'이라고 했다. 고시산, 고이산, 고리산 모두 우리말 였으나 한자를 차용, 표현함으로써 여러 명칭으로 불려 지게 된 것 같다.

성왕시기 백제는 왕도를 부여로 옮기고 제법 수도다운 경영을 시작했다. 금강을 해자로 삼아나성을 구축하고, 부소산 기슭에 웅장한 왕궁을 지었으며 도시는 한나라 장안성을 모방하여 중앙에는 남북을 잇는 주작대로를 만들었다.

그런데 제일 골치 아픈 것인 신라의 금강 변 방어였다. '길동(영동)과 고이산(옥천)을 빼앗기면 절대 안 된다.' 성왕은 태자 여창을 무장시켜 옥천 영동을 사수토록 했다.

여기에서 양국 간 큰 문제가 발생한다. 성왕이 태자를 위무하기 위해 몇 십 명의 시위군사만을 대동하고 고리산으로 오다 그만 구진(狗津)이라는 곳에서 신라 복병에게 사로 잡혀 참수 된 것이다.

성왕의 비극이후 두 나라는 처절한 살육전을 서슴지 않았다. 의자왕대 신라 화랑출신 김흠운은 영동 양산성을 지키다 백제의 기습공격으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김흠운의 전사는 서라벌 사람들에게 깊은 슬픔을 안겨주었다. 그를 추모하여 부른 노래(향가)가 바로 '양산가'다.

이런 역사를 반영하듯 금강 주변에는 삼국시대 백제, 신라 유적들이 많이 남아있다. 고성터, 취락유적, 불교유적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이들 유적들이 제대로 보존되고 중요성이 인정되고 있지 않다.

필자는 70년대 후반 전문가들과 함께 강내면에서 토성 하나를 발견 조사한 적이 있는데 몇 달 후 재 답사를 가보니 흔적 없이 없어지고 말았다. 청주 비하동 원삼국시대 유적도 도시 팽창으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부모산 아래 아양동은 잃어버린 마한역사의 비밀을 간직한 곳이었는데 도시팽창으로 조사를 할 수 없게 됐다.

충주시 주덕면 일대는 삼국기부터 유명했던 다인철소 유적으로서 지금은 산업단지가 들어섰다. 여기는 백제 근초고왕시기 일본왕에게 하사했다는 칠지도(七支刀) 제작의 유력한 후보지로 추정되어 일본 학자들이 주목했던 곳이다.

옥천군 이원면 고이산성 주변은 백제시대부터 신라 고려에 이르는 고 촌락 유적으로 주목돼왔다. 그런데 그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언제 파괴될지도 모른다. 지금도 성안 경작지에는 숱한 백제시대 와편 토기편들이 산란하게 흩어져 있다.

신라화랑 김흠운의 전사를 노래한 양산가의 본향, 가야망명 세력 강수와 아내의 아름다운 설화가 어린 주덕 다인철소, 성왕이 호국의지가 어린 옥천 구진, 이원면의 방대한 백제 유적 등 이런 많은 유적들의 이야기가 부각되어야 한다. 이들 역사유적들은 훌륭한 스토리텔링이다. '옥돌을 보고 옥으로 볼 줄 아는 안목'이 중요하다.

유적이 새로 발견되면 주민들의 민원을 야기한다고 걱정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세로는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힘들다. 자치단체장들의 부단한 고장의 역사탐구와 애정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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