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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 두 달, 벌써 좌초위기

탁한 윗물…맑을 수 없는 아랫물
고위직부터 부정청탁 만연, 법 강요는 넌센스
'3·5·10'에만 몰두… 현장에선 실효성 의문
도내 위반건수 0… "서민경제만 망쳐" 평가

  • 웹출고시간2016.11.30 22:13:19
  • 최종수정2016.12.01 14:06:13

김영란법 시행 2개월이 지나면서 인근 식당을 찾는 공무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30일 낮 12시 충북도청 앞 횡단보도.

ⓒ 김태훈기자
[충북일보] 대한민국은 썩었다. '부패공화국'이란 오명도 줄기차게 들었다. 그래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나왔다. 이 기회에 갑(甲)의 질서를 뿌리 채 뽑자고 했다.

하지만 법을 만든 정치권이 문제였다. 정작 최고 권력자부터 온갖 부정청탁에 연루됐다. 국민들에겐 3만 원짜리 족쇄를 채워놓고, 대통령은 수천억 원대 게이트의 피의자가 됐다. 김영란법 시행 2달. 대한민국은 여전히 썩어있다. 아래에서가 아닌 위에서부터다.

새로운 문화, 깨끗한 사회를 지향하며 출범한 김영란법이 사실상 사장(死藏)되고 있다. 오히려 오랜 세월 한국사회를 지탱해온 정(情) 문화와 서민경제만 송두리째 망가트렸다는 평가다.

김영란법의 주요 적용대상인 공직사회는 엉뚱한 곳에서 급격히 위축됐다. 부정청탁과 고액 금품 수수 근절이라는 본질과 달리 3만 원짜리 밥값, 5만 원짜리 화분 값, 10만 원짜리 경조사비에만 매달리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 법의 핵심인 부정청탁과 뇌물 수수는 어차피 실효성이 없었다. 이미 형법, 국가공무원법 등에 관련 처벌규정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더 나은 사회를 향한 기대감은 있었다. 농가·유통업계 등 선의의 피해자가 우려됐음에도 이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부정부패를 뽑고 싶어 하는 국민들이 더 많았다.

기대는 얼마 가지 않았다. 김영란법 제정을 촉구했던 대통령 본인부터 대표적 위반사례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국가 원수도 지키지 않는 법을 누가 지키겠느냐'는 회의감과 실망감은 무서운 속도로 퍼져갔다.

그 사이 충북지역에선 김영란법 위반 사례가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의 식사대접 건과 관련한 고발이 유일했다. 주요 신고창구인 충북지방경찰청 112센터에는 십수 건의 상담전화만 왔을 뿐, 정식 신고는 하나도 접수되지 않았다.

대신 우려했던 서민 피해가 속출했다. 농가와 요식업계는 물론, 화훼업계·문화예술계·교육계 등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시행 초창기보다는 나아졌다고 하나 여전히 '시범 케이스' 적발을 두려워한 공직사회가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게 관련업계의 하소연이다.

이젠 '연말 대목'을 걱정할 처지가 됐다. 요식업계의 단체손님 감소와 복지시설의 연말 후원이 예년보다 줄어들 것은 명약관화다. 이미 사회 곳곳에서 그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정치권은 이런 폐해를 줄이기 위해 내년 국회에서 김영란법을 재논의 한다는 계획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도 지난달 23일 충북대 강연에서 "뿌리까지 다 썩은 우리나라에서 2만~3만원 잡자고 김영란법을 통과시켰나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김영란법 수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의 모든 시선이 최순실 게이트에 집중돼 있어서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영란법에 문제가 많은 건 알지만 법 규정을 손볼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없다"고 했다.

갑(甲)의 검은 질서를 뿌리 채 뽑겠다는 취지로 출범한 김영란법. 시행 두 달을 맞아 정작 뿌리부터 썩은 갑의 실체를 만나면서 좌초 위기에 처했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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