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KTX세종역 신설을 염두에 둔 사전타당성 조사용역을 놓고 충청권 정관가의 셈법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세종역 신설을 저지하겠다고 나선 이시종 충북지사는 용역 철회를 위한 정면돌파 행보에 적극적인 반면, 이춘희 세종시장과 이해찬 국회의원은 반드시 용역 결과를 내보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9일 한국철도시설공단 국정감사에서 세종역 신설을 포함한 사전타당성 용역을 진행 중인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충청권이 발칵 뒤집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세종) 의원이 이 사안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서 촉발된 논란이다.
이시종 지사를 포함한 충북 민심은 요동쳤다.
여느 사업이든 추진 전 사업성, 즉 B/C(비용대비편익)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판단하기 위한 첫 관문이 사전타당성 조사다. B/C가 확보되지 않으면 사업이 변경 혹은 취소된다.
사업을 추진하는 각 지자체는 사전타당성 조사자체에 의미를 두기도 한다. 사업이 아예 무산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용역 과정에서 나타난 미비점을 보완, 재설계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종역 신설 문제는 무조건 B/C 1.0을 넘겨야 한다. 철도건설법 시행령 22조 2항 및 국가통합교통체계효율화법 18조 2항의 투자평가지침 때문인데, 새롭게 신설하는 철로와 달리 현재 운행 중인 철로에 신설하는 역은 담보돼야 하는 B/C가 더욱 엄격하다. 여기에 1.0을 넘기더라도 기획재정부의 총사업비 관리지침 82조에 따라 역 신설 사업비는 요구자측이 부담해야 한다. 예산 낭비 논란이 추후에 또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소지가 남아있는 셈이다.
이 같은 논란의 불씨를 남겨둬서는 안된다고 판단한 이 지사가 이번 용역의 결과 도출을 저지하는데 온 역량을 쏟는 이유다.
이 지사는 지역, 정당을 떠나 세종역 신설의 부당함을 알리는 데 연일 발품을 팔고 있다. 세종시 관문역으로 성장하고 있는 오송역의 취지와 세종시 출범 목적을 대내외적으로 설명하며 세종역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새누리당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원내대표와 면담 과정에서 "세종역 신설은 어불성설"이라는 의사를 확인했고, 조정식 국토교통위원장과도 만나 충북의 고조된 민심을 전했다.
청주권 국회의원들은 물론 충북의 경제·시민단체도 일제히 용역 철회를 촉구하며 힘을 보탰다.
특히 이 지사는 세종역 신설 주장의 배경으로 꼽힌 택시요금 등 대중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충북도와 청주시, 세종시 간 실무 논의도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이 지사는 이춘희 시장과 이해찬 의원 등에게 만남도 요청 중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묵묵부답이다.
최근 이 지사는 이 시장, 이 의원, 도종환(청주 흥덕) 의원 간 회동을 추진했으나 실현되지는 못했다. 이 시장과 이 의원 측이 일정을 이유로 회동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 무산에 따른 해석이 분분하다.
먼저 이 시장은 세종역 신설 의지에 확고하다. 타당성 조사를 철회하자는 충북의 주장과는 달리 용역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 역시 변함이 없다. 이 시장은 지난 13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도 "세종역을 놓고 입장 차이 때문에 반발은 나올 수 있지만 세종시의 입장은 확고하다"며 "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일축했다.
이해찬 의원은 가타부타 말이 없는 상황이다. 당 내외 압박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연말 도출된 용역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낌새다.
이 시장과 이 의원 모두 이번 용역 결과가 세종역 신철 추진이든, 철회든 '명분'이 되는 셈인데, 결과 도출 이전에 조사를 중단할 수 없는 입장이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타당성 조사는 추진을 염두에 두고 실시하는 행정절차인데, 이번 세종역과 관련한 용역은 향후에도 논란의 소지가 될 게 뻔하다"며 "하지만 이춘희 시장과 이해찬 의원 입장에서는 지역민과의 최대 약속이자 본인의 정치력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어쨌든 용역 결과를 도출한 뒤 플랜B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 최범규기자 calguks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