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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0.29 11:05:41
  • 최종수정2015.10.29 11:27:03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청주 가게 CEO들의 소소한 이야기.
과장되고 식상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시대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하는 '삶 속의 삶'으로 지역경제의 꽃 소상공인을 정성껏 응원해 본다.
1인칭 진솔·공감·힐링 프로젝트 '마이 리틀 샵' 이번 편은 청주시 수동에 위치한 흑백 사진관 '이마고'를 운영 중인 한희준 작가의 얘기를 들어본다.

마이리틀샵 - 58. 청주 수동 흑백사진관 '이마고' 한희준 작가

청주 수동에 위치한 흑백사진관 '이마고'를 운영 중인 한희준 작가가 자신의 사진관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 김지훈기자
[충북일보] “5년 전부터 필름 카메라를 쓰는 사람이 급격히 줄고 있어요. 수요가 줄다 보니 관련 제품 공급도 줄어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결국 점점 대중에게서 멀어지더라고요. 악순환인 셈이죠. 저라도 시장에 들어가 꺼져가는 필름 카메라의 저변을 확대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어려운 일이란 걸 알지만 조금이나마 늦추고 싶었죠. 디지털 대세는 거스를 수 없으니까요.”

“흑백사진의 장점은 피사체가 더욱 돋보인다는 거예요. 디지털 카메라가 많이 따라오긴 했지만 흑백사진의 깊은 맛은 전부 표현하진 못하죠. 물론 이 계통의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거일 수도 있어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콜롬비아와 아프리카 산의 차이를 느낄 수 있지만 문외한의 경우 똑같은 쓴 물이라고 할 수 도 있는 거죠. 하지만 흑백의 단조로움에 매료되기 시작했다면 멈추기란 정말 힘들 거예요. 확신할 수 있어요.”

청주 수동에 위치한 흑백사진관 '이마고'를 운영 중인 한희준 작가가 자신의 사진관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 김지훈기자
“아날로그 카메라에 빠지게 된 건 설렘 때문이에요. 디지털처럼 바로 확인 할 수 없다는 불명확함이 제겐 단점이 아닌 장점이 된 거죠. 특히 암실에서 슬며시 이미지가 인화지에서 올라오는 순간이 오면 감정이 정말 충만해져요.”

“이마고는 라틴어로 이미지라는 뜻이에요. 사진을 가르쳐주셨던 선생님이 지어준 이름이고요. 그 선생님은 그 밖에도 제게 주신 게 많아요. 첫 수업에서도 ‘많이 찍은 만큼 잘 찍을 수 있다’면서 카메라의 이론이 아닌 철학적인 얘길 많이 들려주셨죠.”

“클래식이 좋아요. 음악도 LP로 듣는 걸 선호하죠. 카메라는 말할 것도 없고요. 기본적으로 앤틱한 것들에 환호하는 거 같아요. 엔틱한 것을 즐기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어요. 제대로 된 물건을 구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거든요.”

“원래 성격이 급한 편이었어요. 사진을 하고나니 점점 차분해지더라고요. 필름카메라는 기다려야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사실 처음부터 촬영하고 현상까지의 시간이 지루하거나 조바심나지 않았어요. 내 본성이 억제될 만큼 사진이 좋았던 거죠. 게다가 사물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어요. 심지어 생명이 없는 피사체에게 말 걸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죠. 저 혼자 흠칫 놀라요. 무생물들에게 가장 많이 건네는 얘긴 ‘어쩜 그렇게 예쁘냐’예요.”

청주 수동에 위치한 흑백사진관 '이마고'를 운영 중인 한희준 작가가 자신의 사진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지훈기자
“풍경사진도 좋지만 인물사진이 좋아요.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하니까요. 스냅을 찍을 때 반발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럴 땐 ‘너무 예뻐서 그 모습을 담았다’며 칭찬섞인 사과를 하죠. 사실 양해를 구하고 찍어야 하는 게 맞아요. 하지만 피사체가 촬영을 인식해버리면 자연스러운 표정은 사라지게 돼요. 스냅이 연출 사진으로 전락하는 거죠.”

“인생은 어쩌면 필름카메라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일단 찍었으면 그 필름의 쓰임은 그것으로 끝이거든요. 찍기 시작하면 남은 필름을 모두 찍어내야 현상할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현상해 보기까진 그 결과가 어떨지 알 수 없고요. 인생도 그렇잖아요. 살아보기 전엔 알 수 없는 거죠. 죽고 나서도 재평가가 이뤄지기도 하고요.”

“회색은 흑백 사진에서 정말 중요해요. 기준점인 거죠. 흔히 세상에서 은유적으로 말하는 이도저도 아닌 회색과는 다른 중요한 기준이요. 그래서 흑백 사진을 찍기 좋은 날은 흐린 날이에요. 너무 밝으면 흑백의 고혹적인 느낌을 살리기 힘들거든요. 흐린 날도 회색 느낌이잖아요.”

“숨겨진 출사지로 추천드릴 곳은 정북토성이에요. 최근엔 옥천 부근 대청호 상류지역이고요. 최악의 가뭄으로 수몰 됐던 바닥이 드러났거든요. 주민들 마음은 타들어가겠지만 이런 것도 기록으로 남기는 게 사진가들의 역할이니까요.”

/김지훈·김희란기자
이 기획물은 업체의 소통과 소셜 브랜딩을 위해 매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충북일보 페이지(https://www.facebook.com/inews365)에서 영작과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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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