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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0.07 11:01:47
  • 최종수정2015.10.07 11:01:47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청주 가게 CEO들의 소소한 이야기.
과장되고 식상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시대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하는 '삶 속의 삶'으로 지역경제의 꽃 소상공인을 정성껏 응원해 본다.
1인칭 진솔·공감·힐링 프로젝트 '마이 리틀 샵' 이번 편은 청주시 성화동에 위치한 과일 배달 전문점 '내 사과를 받아줘'를 운영 중인 전석근 대표의 얘기를 들어본다.

마이리틀샵 - 45. 청주 성화동 '내 사과를 받아줘' 전석근 대표

청주 성화동에 위치한 과일 전문점 '내 사과를 받아줘'를 운영 중인 전석근 대표가 자신의 가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지훈기자
[충북일보=청주] “전엔 야채가게를 했어요. 그러다 허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했을 때 과일을 팔아보기로 결심하게 됐어요. 일단 제가 과일을 엄청 좋아하니까요. 게다가 경매시간도 야채보다 두 시간 늦은 5시여서 여유를 가질 수 있고요. 업종을 과일로 정하고 누워서 계속 가게 이름을 떠올렸어요. 그러다 불현 듯 떠오른 게 ‘내 사과를 받아줘’였어요. 과일의 대표격이 사과나 배인데 ‘내 배를 받아줘’는 좀 이상하잖아요.(웃음)”

“과일 배달은 마트 배송 차량을 보고 힌트를 얻었어요. 마트도 배송을 해주는데 과일가게라고 배송을 못해줄 게 뭐있나 싶었거든요. 특히 이 동네 주변은 산부인과나 조리원이 많아 승산이 있겠다 싶었죠. 배달을 처음 이용했던 고객층도 임산부들이나 맞벌이 부부였어요. 예상이 딱딱 들어맞으니까 기분 좋더라고요, 순간 전문가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하는 게.”

청주 성화동에 위치한 과일 전문점 '내 사과를 받아줘'를 운영 중인 전석근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 김지훈기자
“가장 좋아하는 과일은 수박이에요. 야채 장사를 할 때 심각하게 수박전문점을 차려볼까 고민까지 했었으니까요. 사실 수박은 과채류지만 장터에서의 구분은 야채시장이 아닌 과일시장에서 거래돼야 하는 물건이에요. 야채 코너에서 수박을 팔면 시장바닥이 뒤집힐 일이란 거죠. 그래서 그땐 먹는 걸로만 만족했어요. 막상 과일 장사를 해보니 그 좋았던 수박이 좀 어려워졌어요. 배달 도중 방지턱만 잘못 넘어도 깨지기 일쑤니까요. 그래서 수박을 배달할 땐 옆좌석에 스페어 개념으로 하나씩 모셔놓고 다녀요. 그래도 수박에 대한 애정은 여전합니다.(웃음)”

“비가 많이 오던 날 배달을 간 적이 있어요. 아이 둘을 둔 젊은 여성이었어요.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나오기 힘든가보다 했죠. 근데 궂은 날에 배달을 시켜 너무 미안하다며 연거푸 고마움을 표하더라고요. 저는 당연히 하는 일이라서 한 것뿐이잖아요. 제 일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그런 표현을 들으면 보람이 생겨요. 고맙다는 말처럼 힘이 나는 말이 없어요. 내 일의 가치를 인정받는 기분이 드니까요.”

청주 성화동에 위치한 과일 전문점 '내 사과를 받아줘'를 운영 중인 전석근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지훈기자
“배달을 갈 땐 시간에 쫓겨 힘이 들지만,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신이나요. 그야말로 드라이브와 다름이 없으니까요. 교외로 배달할 때면 음악도 크게 틀어 놓고 스트레스를 날려요. 차 안에 가득한 과일 향을 품고 혼자만의 여행을 다니는 거죠. 나중에 아이들이 다 크고 나면 아내와 함께 그 순간을 만끽하고 싶어요. 이왕이면 버스나 트럭처럼 높은 차를 타고 도로를 내려 보면서 둘만의 여행을 다니는 마음으로요.”

“아내는 같이 다니던 직장에서 만났어요. 그땐 그저 눈길이 가는 정도였는데 직장을 그만두려고 하니까 마음이 확 가더라고요. 커피도 사주고, 집도 데려주면서 그렇게 마음을 훔쳐나갔죠. 교제를 시작하면서 둘 다 직장을 그만뒀어요. 대신 가족이란 이름의 평생직장을 얻게 됐고요. 그래도 싸울 일이 생길 땐 자리를 피하는 걸로 상황을 모면해요. 30분만 바람을 쐬고 오면 미안하다고 할 용기가 생기거든요.”

“처음엔 재고 없이 장사하는 게 수월치 않았어요. 기한 내 팔지 못해 가치가 떨어지는 과일들이 수두룩했으니까요. 헐값에 팔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런 과일을 팔기는 싫어 대부분 버렸죠. 정 버리기 아까울 땐 즙을 내 가족끼리 먹었고요. 그땐 정말 과일즙을 원없이 먹었던 것 같아요.”

“제철 과일이란 말이 있듯 과일이 시기에 따라 맛의 편차가 심하잖아요. 구색을 갖추기 위해 맛이 떨어지는 상품을 들여놓느냐, 마느냐. 이게 언제나 딜레마예요. 찾으실 때 없는 것도 좋지 않은 일이고, 지금 찾으시는 그 과일이 분명 맛없는 데 그것을 권해드리기도 힘드니까요.”

“토요일 저녁이 가장 자유로운 시간이에요. 일요일 새벽은 경매가 없거든요. 토요일 저녁에 혼자 가게에서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핑하고 돌 때가 있어요. 그때 손님이 들어와 난감했던 적도 있고요. 그렇게 주말 밤 가게를 마무리하고 집에 들어가면 맘은 가볍지만 몸은 녹초가 돼요. 일이 사실 많이 고되니까요. 그러다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힘이 나요. 사람이 이 맛에 사는구나 싶기도 하고요.”

/김지훈·김희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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