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효과'가 어찌 커피뿐이랴

2024.09.05 14:12:43

박영순

'커피인문학' 저자

커피가 대중 음료로 널리 확산된 것을 대체로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인 1950년대 중반으로 본다. 전쟁에서 커피를 보급받으며 밤 새워 싸워야 했던 군인들이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퍼트렸다. 커피가 세계적으로 일상의 음료가 된 지 반세기가 훌쩍 넘었다.

커피가 글로벌 음료로 자리 잡은 효과(?)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동이 틀 즈음 잠에서 채 깨어나지 못한 몽롱한 상태에서도 커피 꽃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 꿀벌에게는 본능이 되어 버렸다. 커피 재배지에 서식하는 꿀벌의 뇌를 열어보니 카페인에 중독돼 있었다. 커피나무가 충매(蟲媒)를 위해 꿀에 숨겨 둔 카페인에 중독된 탓이다.

인류가 이러한 꿀벌의 어리석은 행동을 탓할 수 있을 지 돌아볼 일이다. 그윽한 맛을 감상하기 위해 모닝커피를 찾고 있는 지, 아니면 왠지 모를 찌뿌둥함을 떨쳐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커피를 찾느라 부산을 떠는 지를….

"현대인의 핏줄에는 카페인이 흐른다"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카페인이 몸에서 절반가량 빠져 나가는 반감기가 6~8시간이다. 하루에 커피 2~3잔을 마신다면 혈액에서 카페인이 완전히 사라질 틈이 없다. 카페인이 인간 혈액에서 '디폴트 값'이 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카페인이 인류의 혈액을 구성하는 성분이 될 지도 모른다.

몸에 들어 찬 카페인을 빼내자는 '카페인 디톡스'(Caffeine detox)가 커피애호가들 사이에서 건강관리법으로 주목받으면서 카페인 대체품이 주목받고 있다. 말차, 예르바 마테, 콤부차, 야퐁차, 과라나 등이 커피를 대신해 활력을 불어 넣어 주면서도 카페인 섭취를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커피의 분량을 줄이고 대신 차가버섯, 영지버섯, 동충하초 등 강장성 버섯을 섞어 추출하면 한잔에 담기는 카페인의 양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버섯을 통해 비타민, 칼륨, 셀레늄, 비타민 B군과 같은 미네랄도 섭취할 수 있다.

과라니 원주민의 건강음료인 예르바 마테(Yerba Mate)는 커피와 비슷한 양의 카페인을 갖고 있다. 호랑가시나무 잎으로 만든 예르바 마테는 폴리페놀과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하기 때문에 커피 대체음료로 첫 손가락에 꼽힌다.

발효차인 콤부차도 양조 방법에 따라 3~6%의 카페인을 함유하기 때문에 각성효과를 내고, 장 건강에 유익하다. 미국이 원산지인 카페인 식물인 야퐁 홀리(yaupon holly)의 잎으로 우려낸 야퐁차도 이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

카페인이 아예 들어 있지 않은 강황 라떼도 손을 타고 있다. 소화를 촉진하는 강황과 커큐민 덕분에 활기찬 아침을 열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코코넛 오일과 후추를 첨가하면 커큐민의 흡수를 촉진할 수 있다.

과라나(Guarana)는 커피 보다 많은 카페인을 들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폭발적인 에너지가 필요할 때 커피 보다 더 요긴할 수 있다. 카페인 외에도 테오필린과 테오브로민과 같은 자극성 화합물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들 성분은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고 피로를 줄이며 주의력을 높여 준다. 바야흐로, 커피 대유행의 반동으로 대체음료를 찾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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