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블랙코미디 위성정당

2024.02.19 16:26:26

[충북일보] 4·10총선 출마후보들이 바쁘다. 금배지 꿈에 부풀어 뛰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참담하다. 두 거대 정당의 행태가 목불인견이다. 갈수록 쇠퇴하고 허물어진다. 변치 않는 악순환이다.

*** 비례대표 도입취지 되살려야

위성정당은 꼼수정당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위성정당을 막지 못하면 국내 정치의 퇴행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 염원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극단적 진영정치도 물리칠 수 없다.

위성정당의 출현은 4년 전 총선 때다. 지금과 별 차이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다. 이어 국민의힘이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 올해도 비슷한 위성정당이 만들어질 것 같다. 헛웃음을 나게 하는 대목이다. 그나마 위성정당은 낫다. 치졸한 의도나 명분으로 봐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옥중인사의 창당 선언은 정치 조롱을 넘는다. 재판 중인 인사의 창당은 그저 사적 감정의 발로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감옥에서 '정치검찰해체당' 창당을 언급했다. 조국 전 장관은 가칭 '조국신당' 창당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공통적으로 사적 감정의 출구로 창당을 선택했다.

모두 개인의 명예회복이나 방탄을 지향하고 있다. 가장 공적인 무대여야 할 선거를 사적 목적에 활용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인 유동규씨도 출마를 선언했다. "이재명을 잡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역시 보기 드물게 유치한 정치블랙코미디다. 위성정당의 출현이 만들어낸 정치 희화의 한 단면이다.

요즘 정당 소재의 한 각종 무대엔 재미가 없다. 되레 혐오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천국에 가더라도 정당과 함께라면 가지 않겠다."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말이 떠오른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미국도 지금의 국내 정치 상황과 같았기 때문일 게다.

현재든 과거든 거대 정당들의 행태가 문제였다. 지금 이대로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4월 총선 판에서 다른 블랙코미디를 볼 가능성이 높다. 거대 양당은 지금이라도 비례대표 도입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 정당이 새롭게 태어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허물어진 정치의 허울을 벗겨내야 한다. 못하면 남는 건 심판뿐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어떤 코미디 같은 일이 얼마나 더 생길지는 모른다. 다만 정치의 블랙코미디 현상은 정치가 그만큼 왜곡돼 있음을 반영한다. 대의보다 진영이 당락을 좌우한다는 증거다. 웃지 못 할 상황은 우연히 나타난 게 아니다.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늦더라도 유권자들이 그런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 매달린 절벽에서 두 손을 떼야

정치인의 비극 중 상당수는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된다. '유명세(稅)'를 '유명세(勢)'로 여긴 착각이 부른 화가 많다. 공사의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한 죄에 대한 대가다. 공사의 경계선은 종종 흐릿할 때가 있다. 정치꾼들은 이때 주로 편리하게 공인의 권세를 누리려 한다. 그리고 사인의 익명성을 함께 누리려 한다.

그래도 정치인은 좀 다르다. 명예와 권력이라는 보상을 위해 정치에 뛰어든다. 스스로 공적 시험에 드는 일을 자청한다. 정치꾼은 사적 감정을 잘 누르지 못한다.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을 놓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사적 감정은 결코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위기엔 가장 대담한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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