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와 김영환 지사

2023.04.24 17:31:51

[충북일보] 충북도의회와 충북도의 분위기가 묘하다. 예전과 다르게 긴장감이 흐른다. 그동안 유지됐던 밀월관계가 무너진 듯하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표현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싸늘하다.

*** 김 지사 관련예산 부활 안 되나

김영환 충북지사의 역점사업 예산이 도의회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에서 대거 삭감됐다. 의원들은 일제히 검토 과정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곧 열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부활을 장담하기도 어렵다. 김 지사는 취임 이후 도청사 리모델링에 신경 썼다.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 활성화에도 많은 공을 들여왔다. 그런데 관련예산 전액이 삭감됐다. 향후 충북도의 대응 방법에 관심이 쏠린다.

충북도의회 태도가 예전 같지 않다. 충북도와 대립각을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북도는 기대난망이다. 한 마디로 비상사태다. 특히 김 지사는 혼란스럽다. 물론 추경 예산은 사업의 필요성과 시급성이 기본이다. 지사가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충분한 검토 과정이나 공론화를 거쳐야 하는 게 맞다. 그래도 이렇게 지사 관련 사업예산이 싹둑 잘리는 건 심상찮다. 충북도는 오는 25∼26일 예결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심사위원들을 최대한 설득해 사업비를 되살릴 방침이다. 얼마만큼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물론 과거에 할 수 없던 일들이 지금 가능할 순 있다. 그렇다고 갑자기 세상이 좋아져 생긴 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며 과정을 바꾸며 만든 상황이 실현한 결과다. 세상은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 현재의 상황을 당연하게 여겨선 안 된다.

김 지사는 그동안 앞만 보고 돌진했다. 이제 잠시 멈춰 자신의 실상을 가감 없이 살펴야 한다. 그리고 세상을 다르게 보는 시각을 가지려 해야 한다. 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고 고민해야 한다. 잘못된 사업 구상이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사적 이익이나 편견으로 계획된 사업이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그래야 사업 진행의 폐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관심이 약해지는 순간 사업은 방치된다. 김 지사에겐 아직 즉흥적인 점이 많다. 도민들이 불안해하는 주된 이유다. 충분히 확신할 수 없는 까닭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같은 우화가 많은 걸 시사한다. 해법이 뭔지 지혜롭게 알려준다. 김 지사는 건강한 비판에 귀를 열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영역에 대한 성찰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 다음 건설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남 탓이나 가짜뉴스 언급에 앞서 내 말에 더 진실해야 한다.

민선 8기 충북도가 출항한지 10개월이 다돼 간다. 협력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내 손부터 내밀어야 한다. 자신에게 모든 원인이 있다는 인식 전환은 반전의 출발점이다. 도민이 원하는 건 결국 상식과 원칙의 리더십이다. 여기에 공감의 리더십이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김 지사의 리더십을 돋보이게 할 수 있다. 즉흥적이란 한계까지 뛰어넘을 수 있다. 유능하고 지혜로운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다. 만기친람은 결국 독선의 리더십으로 이어질 뿐이다. 협치는 정치인들이 갖춰야 할 제일의 덕목이다. 도민 행복과 지역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다소 불편해도 감내해야 한다. 소통과 협치는 인식의 전환이다. 현안 해결을 위한 대승적 협력이다. 당연히 여야나 진영을 뛰어넘어야 가능하다.·

*** 김 지사 다시 조명하는 기회다

김 지사는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했다. 국회의원도 4번이나 했다. 치과의사 경력도 있다. 이처럼 화려한 경력의 정치인도 드물다. 김 지사는 취임 초기부터 안간힘을 썼다. 도민들의 시선은 긍정적이었다. 돌발언행도 아직은 잘 몰라 하는 실수로 여겼다. 충북 사람이 잘 하지 못하는 걸 하는 긍정의 시그널로 여겼다. 그런데 이제 좀 달라졌다. 도의회의 태도 변화는 의미심장하다. 김 지사를 다시 조명해 보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김 지사는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물론 창피하고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긴 하다. 그래도 해야 한다. 김 지사의 꿈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생각을 조심하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하라, 행동이 된다."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의 명언이다. 지도자의 품격 언행을 강조한 경구다. 지도자의 바른 정신과 품행은 기본이다. 그리고 눈앞의 정치적 득실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충북도민들은 김 지사가 감동과 희망을 선물하길 소망한다. 자칫 다가올지도 모를 '잃어버릴 4년'을 결코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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