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시작은 경청이다

2023.03.07 15:53:25

[충북일보] 세상을 살면서 갖춰야 할 덕목으로 남의 말을 잘듣는 것을 꼽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의미다. 속담과 격언에도 경청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내용은 넘쳐난다. 탈무드에는 '귀는 친구를 만들고 입은 적을 만든다'는 내용과 '인간에게 입은 하나 귀는 두 개 있다'는 글귀가 있다.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려주는 경구다.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딛고 일어나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준 헬렌켈러는 '눈이 안보이면 사물로부터 멀어지고 귀가 안들리면 사람으로부터 멀어진다'고 했다. 이 역시 남의 말을 잘 새겨듣는 것이 인생살이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웅변적으로 알려주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청의 소중함을 잘안다. 문제는 실천이다. 특히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들은 민심의 향배에 예민하다. 그래서 가능하면 주민들과 소통을 위한 자리를 많이 갖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렇게 마련된 자리가 가끔은 본말이 전도돼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아니함만 못한 경우가 꽤나 있다. 분명히 주민들 목소리를 듣겠다고 한 자리지만 주민 얘기보다는 자신의 치적을 내세우기 급급한 정치인이 적지않다. 정해진 시간의 대부분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 할애하고, 정작 주민들에게는 마치 구색맞추듯 한 두사람에게만 발언 기회를 주고 서둘러 마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민의를 수렴하기 위한 것인지 자신의 선전장인지 모르는 불편하고도 씁쓸한 광경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귀담아 듣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데, 최근 최민호 세종시장의 소통행보는 이런 면에서 조금은 색다르다. 지난 2월말 최 시장은 부강면 등곡리에서 주민들과 '1박2일' 간담회를 가졌다. 자치단체장이 주민과 소통하는 방식은 대부분 간담회 형식이 일반적인데 밤샘을 하면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겠다는 소통방식은 듣도 보도 못했다. 최 시장은 되레 주민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며 침구류와 다과 등을 직접 챙겨가는 세심함도 보였다. 다만 잠만 마을회관에서 잤다. 등곡리를 처음으로 선택한 이유도 관내에서 가장 오지이자 주민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 시장은 이번 1박2일 현장소통을 통해 주민들로부터 다양한 얘기를 들었다. 마을 주변 악취를 풍기는 축사문제에서부터 소소한 지역민원까지 주민들의 얘기를 꼼꼼하게 들었다. 주민들 목소리를 다듣고 난 최 시장은 이 가운데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해결하겠다고 답했다. 최 시장의 밤샘 현장소통행보가 과연 얼마나 주민들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는 자리가 될 지는 현재로서는 판단하기가 이르다. 하지만 최 시장의 지향점은 수긍이 간다.민원과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 인력이 필요한데 그보다 먼저 중요한 것이 듣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최 시장의 생각에 공감이 간다.

최 시장은 광폭 소통행보는 이뿐이 아니다. 지난달 22일 세종의 가장 민감한 사업으로 떠오른 친환경종합타운의 상반기내 입지 선정을 앞두고 해당 지역 주민들과 함께 충남 아산환경과학공원으로 선진지 견학을 나섰다.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라고 했다. 언뜻 생각하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볼 수 있지만 '님비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결코 쉽지 않은 행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더욱이 이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후 시장이 직접 주민과 선진지 견학에 나선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여하튼 최 시장의 일련의 현장 소통행보는 신선하다. 비록 당장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선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공감의 토대는 마련하는 것이다. 무릇 목민관(牧民官)이라 함은 그래서 더더욱 주민의 말을 새겨들어야 하며, 그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가지 사족(蛇足)을 단다면 초심을 잃지 않고 가능한 꾸준하게 현장소통행보를 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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