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업계가 수입된 에티오피아 커피 생두에서 암을 유발하는 '오크라톡신'이 과다 검출됐다는 소식에 비상이 걸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1일 "생두수입사 '블레스빈'이 수입한 에티오피아 커피 생두 38.4t을 표본조사한 결과, 오크라톡신 A가 기준치(5㎍/㎏ 이하)보다 2배 이상 많은 13.0㎍/㎏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냈다.
오크라톡신 A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분류기준에 따르면 '발암가능물질(GROUP 2B)로 지정된 곰팡이 독소로서, 고온에서도 분해되지 않아 커피 음료에 그대로 담길 위험이 크다. 더욱이 동물실험에서 암 뿐만 아니라 신장독성, 간독성, 면역독성, 기형아 출산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된 물질이어서 불안감이 증폭됐다.
커피시장 일각에서 즉각 에티오피아 커피 구매 거부와 반품 소란이 일었다. 지난해 수입된 에티오피아 생두의 물량이 1.9만t에 달하는 수준이어서 이미 통관된 생두에 대한 안전성 시비도 일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지만 신선하고 깨끗한 생두를 수입하는 업체들까지 피해가 번졌다. 정상임을 확인하는 검역증서를 보이며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업체들의 절규가 잇따랐다.
사실, 곡물을 보관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오크라톡신 A가 커피 생두에서 검출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수출하는 나라에서도 검역을 통해 곰팡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때문에, 이번처럼 수입국에서 발견돼 반송되거나 폐기되는 사례는 일년에 손가락에 꼽힐 정도이다.
식약처가 블레스빈의 명칭을 공개한 것을 두고 경쟁업체의 투서라거나 표적조사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흉흉했다. 불황으로 문을 닫는 카페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은 가슴을 졸여야 했다. 그러나 최대 피해자는 소비자들이다. 식약처가 문제가 된 커피 생두들을 한 톨도 남김 없이 전량 회수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사태는 잦아드는 모습이지만 진통은 여전하다.
커피 유통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으며, 이대로 라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반드시 짚어야 할 게 있다.
첫째, 식약처가 온라인에 공개하는 행정정보를 보면 업체들이 사용하는 생두의 품질을 가늠할 수 있다. 이번에 오크라톡신 A가 검출된 커피를 수입한 업체 목록에는 롯데제과와 '메가MGC커피'를 운영하는 앤하우스도 있다. 단지 문제의 생두 중 3.8t가량이 잠시나마 시중에 판매됐던 업체가 블레스빈이었기 때문에 그 이름만 보도자료에 실렸을 뿐이다. 3업체가 수입한 물량은 총 172t에 달한다. 아메리카노 1천300만 잔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둘째, 등급이 높은 커피 생두일수록 깨끗하기 때문에 같은 조건이라면 곰팡이가 필 우려가 적다. 이번 '오크라톡신 에티오피아 생두'는 등급이 모두 'G4'였다. G1 등급은 생두 300g에 결점두가 3개 이내여야 하지만, G4는 45개까지 허용한다. 1㎏에 썩은 콩이 최대 150개 섞일 수 있는 수준이다.
셋째, 커피 생두도 농산물이기 때문에 제철이 있다. 에티오피아에서 커피를 수확하는 시기는 10~12월이다. 열매를 말리고 씨앗을 가려내 배에 싣고 부산항에 도착할 때까지 2개월가량 걸린다. 따라서 해마다 에티오피아에서 갓 수확한 커피가 도착하는 시기는 1월~3월이다. 11월 중순에 에티오피아에서 선적된 커피는 전년도에 수확해 오래 보관해 두었던 생두일 위험성이 높다.
건강한 커피를 즐기려면 소비자가 깐깐해야 한다. 판매하는 측이 스스로 불리한 정보를 알려줄 것이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