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방대학 지원 로드맵도 밝혀라

2022.12.25 15:32:48

[충북일보] 대학의 학과 신설과 통폐합·정원 조정 등에 적용되던 규제가 완화된다. 교육부는 최근 교사(건물)와 교지(토지),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 4대 요건의 기준을 완화했다. 정원 조정의 자율화와 정부의 대학 평가 폐지도 포함했다. 당장 2024학년도 학생정원 조정계획부터 대학 자율성이 확대된다.

대학 자율성 강화는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갖게 한다. 먼저 기초학문의 위기를 깊어지게 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방대학의 소멸위기까지 조장할 수 있다는 걱정도 크다. 현재 지방대학은 들어오는 학생은 적고, 나가는 학생만 늘어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지방대학이 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지금은 점점 현실화되는 형국이다. 2023학년도 대학입학 수시 모집 경쟁률은 서울과 지방 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의 평균경쟁률은 16.85대1이다. 반면 지방 4년제 대학은 5.72대1에 그쳤다. 서울권 대학이 지방권 대학의 2.94배였다. 수시모집 미달 상태 대학은 전국적으로 96곳, 이 중 지방대가 77곳이다. 애써 신입생을 모집해도 떠나는 자퇴생으로 애를 먹고 있다. 국회 교육위 소속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전국 9개 지방거점 국립대의 지난해 자퇴생은 6천366명이다. 5년 전인 2016년 3천930명에 비해 1.6배 증가했다. 지난 5년간 자퇴생만 2만 6천명이 넘는다. 신입생 대비 자퇴생 비율도 2016년 10.6%에서 지난해에는 17.8%로 높아졌다.

'벚꽂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속설은 속설로 끝나야 한다. 대학이 망하는 데는 여러 원인이 얽혀 있다. 물론 결국은 돈 문제다. 지방대학의 극심한 재정난은 노후 시설과 교육·연구 투자 감소로 직결된다. 이는 학생 기피와 등록금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 교육 환경은 더 열악해진다. 신입생 수와 연구 성과는 대학 평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교육부의 지원금도 줄어든다. 일종의 부메랑 현상이 만든 악순환 구조다. 이미 이런 구조가 고착돼 있다. 외부 지원 없이 악순환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건실한 지방대학 지원을 늘려야 한다. 그래야 재정 위기가 불러온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다. 물론 '경제 논리에 따라 살아남는 대학들만 남게 내버려 두자'는 의견도 있다. 진짜 부실한 대학 정리를 시장에 맡기자는 논리다. 하지만 지방대학의 몰락은 곧 지역 위기를 초래한다. 나아가 국가 경쟁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지방대학이 인재를 배출해야 지역이 산다. 지역이 살아야 국가 균형 발전과 국가 경쟁력이 따라올 수 있다. 기초학문 없이는 국가 미래도 없다. 인문학 없는 성장은 뿌리 없는 나무처럼 존재할 수 없다. 지방대학 없는 국가균형발전 역시 어불성설이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역의 위기다. 지역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다. 충북대는 지난해 9월부터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운영하고 있다. 당연히 재학생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단과대 부학장들이 자체적으로 대책회의도 열고 있다. 재학생들의 중도 이탈을 줄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복학 시기가 온 휴학생들에겐 교수가 전화를 걸어 관리한다. 이른바 '평생사제제도' 강화다. 이렇듯 대학마다 생존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교육부가 내놓은 대학 자율중심 개혁안은 지방대학에는 기회이자 위기다. 지방대학은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한 결손 인원과 편입학 등을 활용해 학과를 신설할 수 있다. 하지만 수요·공급 위주의 시장 경쟁 논리는 수도권 쏠림현상을 가중할 수밖에 없다. 지방대학의 위기를 촉진할 수 있다. 자본과 인적 자원, 정책적 선진화 정도에서 크게 뒤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 대학과의 경쟁이 가능한 특성화도 이뤄내기 어렵다. 지방대학에 중요한 건 자율성 강화가 아니다. 지방대학의 역량 강화다. 지역과 대학의 특성에 부합하는 강점을 살려야 한다. 교육부의 대학규제 개혁안에는 지방대학 지원에 대한 명확한 방향과 규모가 적시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이제 지방대학 지원방안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도 내놓아야 한다. 충북대 등 도내 지방대학들은 여러 변수를 고려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대폭 완화된 규제가 대학 자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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