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례회 중단·번복' 체면 구긴 옥천군의회

2022.12.04 13:10:15

[충북일보] 옥천군의회가 내년도 군의원 월정 수당을 충북 도내 통틀어 가장 큰 폭으로 올려 받을 예정인 가운데 행정사무 감사 등 정례회 일정을 명분이 약한 이유를 들어 연기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군의회는 지난달 29일 황규철 군수의 '육영수 여사 숭모제' 불참과 집행부의 부실한 감사자료 제출 등의 이유로 정례회 일정 중단을 선언했다.

황 군수의 숭모제 불참은 당리 당략적 편 가르기 행동이고, 집행부의 부실한 자료 제출은 의회의 고유 기능인 행정사무 감사를 수행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정례회 일정 중단 배경을 밝혔다.

다행히 군 의회의 정례회 일정 중단은 군의원들과 황 군수의 간담회를 통해 하루 만에 없었던 일로 됐다. 의원들은 이튿날인 30일 오후부터 행정사무 감사에 돌입했다.

이를 두고 '군의회의 경솔한 행동이었다'라는 비난의 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군의원들은 감시·견제 대상인 집행부를 향한 따끔한 침(針)이라고 여겼을지 모르나, 주민에게 설득력을 잃어 역풍을 맞은 셈이다.

특히 황 군수의 '육영수 여사 숭모제' 불참을 정례회 일정 중단의 이유로 든 부분에 관해 대부분 주민은 황당해하는 분위기다.

이 숭모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순수 민간 행사로 열리면서 초헌관을 맡았던 군수의 참석 관행이 사라졌고, 현재 군비를 지원하는 행사도 아니어서 군수의 불참이 트집 잡힐 일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또 행정사무 감사자료 부실은 집행부에도 잘못이 있지만, 그런 걸 지적하고 보완토록 해 행정의 수준을 끌어올리도록 하는 게 의회의 기능 아니냐고 주민은 말한다.

그런데도 군 의회는 의원들에게 주어진 고유 권한을 접고, 정례회 일정 중단을 선언했다.

군의회와 의원들의 미흡한 의정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군의회는 이튿날 행정사무 감사를 속개하면서 일련의 상황에 관해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아 유튜브 생방송을 지켜보던 주민을 의아하게 했다.

군의회는 군민의 알 권리를 위해 지난달 22일 열린 정례회부터 유튜브 현장 중계를 하고 있다. 행정사무 감사 중단 선언과 속개 배경을 주민에게 설명해 이해를 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이번 군의회의 정례회 일정 중단에 이은 하루 만의 속개는 군민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악수가 됐다는 여론이다.

앞서 지난달 군 의정비심의위원회는 내년 군의원 월정 수당을 23%(500만 원) 인상했다. 이는 충북도의회와 도내 11개 시·군의회를 통틀어 최고 인상률이다.

그러면서 월정 수당 충북 도내 최고 인상률을 의식한 듯 "의정비도 엄청나게 올렸는데, 의정활동 안 하는 건 직무 유기"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이 지역의 한 언론사 자유게시판엔 이같이 군의회를 비난하는 내용의 글이 상당수 올라와 수천 명이 방문해 읽고 갔다.

이 가운데 한 네티즌은 "행감 중단은 전체 군민의 뜻이 아니다"며 "이 같은 결정을 한 의원의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도 했다. 옥천 / 김기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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