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우리 어머니

2022.11.29 19:58:00

우리 어머니
                     서용례
                     충북시인협회 회원


살이 담벼락에 걸릴 때마다
어머니의 노랫가락은 경전처럼 투명해 집니다
노랫가락은 낮은 곡조로 더해가고
감나무 가지 끝을 지나온 바람이
배추밭 푸른 잎마다 출가를 돕고 있습니다
 
바람 따라 날아온 참새 두 마리
배춧잎에 앉아 새참 즐기고
 
굽은 어머니의 손가락처럼
바싹 오그라진 배춧잎들
구순의 어머니
이제는 더는 못한다 하시면서도
딸에게 고소한 김장배추 담는 법
잘도 일러 줍니다
 
긴 시간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어머니
남은 세월 비단길만 주고 싶은 딸의 기도가
배추꽃 한 아름 안고 돌아오는 길
배추꽃에서 맥박 같은 어머니의 숨소리가 시려
목이 메어 오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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