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면책특권

2022.10.10 15:04:48

[충북일보] 국회의원 면책특권 폐지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여야 모두 특권 폐지를 다시 거론했다. 문제는 이런 다짐과 제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정말 가능할까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 수십 차례 폐지 공언 실천해라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도 나섰다. 조경태 의원은 10일 국회의원 면책특권 폐지를 제안했다. 여야를 향해 "더 이상 특권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양심 앞에 떳떳이 설 수 있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 "말로만 부르짖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제가 지금 제안했으니 이 대표도 기자회견에 대해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이 자리서 국회의원 면책특권 폐지 및 소환제 발언을 한 바 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미루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소환제를 도입해 국회의원도 잘못하면 소환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야가 서로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자고 한 셈이다. 꽤 의미가 있어 보인다. 물론 진정성이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는 선거 때마다 반복됐다. 한 두 번 들은 얘기가 아니다. 총선이나 대선 때면 여야가 늘 하던 다짐이었다. 틈만 나면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공언했다. 국회의원 소환제 도입도 약방에 감초처럼 내놓았다. 그동안 발의된 관련 법안만도 수십 건이다. 하지만 제대로 논의된 게 없다. 입법 단계에선 너나 할 것 없이 발을 뺐다.

국민소환제만 해도 그렇다. 민주당이 2020년 21대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안이다. 그리고 압도적인 승리로 180석을 거머쥐게 됐다. 당시 거대 여당으로서 얼마든 입법화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하지 않았다. 지금껏 뭘 했는지 모르겠다. 아쉬울 때마다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면피용이었던 셈이다. 이런 의구심이 드는 이유를 대기는 어렵지 않다.

결과는 언제나 용두사미(龍頭蛇尾)였다. 면책특권 폐지는 그저 선거 단골 메뉴였을 뿐이다. 이제 달라야 한다. 국민들은 국회의원 면책 특권 폐지를 바란다. 국민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믿고 국회 무용론이 사그라질 수 있다. 국회 스스로 국민 앞에서 약속하면 된다. 구체적인 입법 실천 일정을 정하면 된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 된다.

정치의 존재 이유는 국민 안위와 행복이다. 제도의 존속은 국민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달렸다. 불합리하다면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국민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 국회 스스로 면밀하게 봐야 한다. 차제에 면책특권 문제를 세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바꿀 건 바꿔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국회가 아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요구는 정치권의 도덕성 위기에서 비롯됐다. 물론 면책특권 폐지가 국회 본연의 기능을 위축시켜선 안 된다. 그런 결과로 변질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국회는 여전히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입법 및 국정통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게 개선해야 한다. 국회 스스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내 것부터 버려야 남의 걸 얻을 수 있다. 면책의 울타리를 걷어내야 한다.

*** 사라진 정치 살려내는 길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는 극도로 부정적이다. 까닭은 한둘이 아니다. 국가 미래나 국민 행복은 안중에도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편협한 정쟁과 과도한 집권 욕망만 있다. 어디에 물어도 동의를 구할 수 있다. 그야말로 4류의 한국정치다.

정치의 사법화 현상은 위험 수준이다. 우려를 넘어서고 있다. 정치가 정치 과정을 사법에 의존하고 있다. 정치적 주요 의제나 갈등 상황을 정치적으로 풀지 못하고 있다. 공론 절차를 거쳐 해결하지 못하고 법원 판단에 맡기고 있다. 스스로 해결 능력이 없음을 방증하고 있다.

정치의 사법화는 법원이 사실상 입법권을 갖는 행위다. 국회의 주요 임무를 법관 판단에 맡기는 일이다. 무능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권력 경쟁에 사법부를 이용하는 셈이다. 국회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 부재의 다른 표현이다. 정치 무능의 다른 말이다. 정치를 살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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