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자

2022.10.06 14:09:34

김순구

(전)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감정평가사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면서 많은 상을 휩쓴 영화가 있다. '기생충'이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도 빛났지만, 우리 사회의 아픈 현실을 웃프게 그려낸 연출자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가족 모두가 백수로 아무런 생계 수단이 없어 살길이 막막하지만, 사이는 좋은 가난한 가족. 아무리 해도 잘 살기는 어려울 것 같으니, 부잣집을 통째로 내 집처럼 쓰면서 살면 된다고 생각한 가족 이야기다. 가족 모두가 글로벌기업 사장 집에 가정교사, 가정부, 운전기사로 들어가 집주인보다 더 내 집처럼 통째로 사용하며 부자로 살아보는, 가난한 가족의 슬픈 현실을 그려낸 웃기면서 슬픈 영화다. 우리가 겪고 있는 양극화 문제를 풍자적으로 그린 이 영화를 세계가 극찬했다. 양극화는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가 겪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세상을 더 놀라게 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도 있다. 더는 삶의 희망이 없이 바닥 생활을 하는 사람들.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무너졌고, 주인공들은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절망감에 살고 있다. 인생 역전의 길이 있다면 목숨도 바칠 각오다. 필요한 것은 돈이다.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게임에 모여든다. 돈을 위해 숱한 사람이 죽어가지만 살아남아 인생 역전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게임에 나선다. 내가 가져야 할 돈과 이웃인 경쟁자의 죽음을 맞바꾸는 아픈 현실.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그려낸 이 또한 웃픈 드라마다.

양극화의 바닥에서 벗어나려고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이 그랬듯이 양극화에 억눌린 자들의 몸부림은 곳곳에서 빗발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원들의 옥쇄 파업이 그랬고, 화물운수 노동자들의 점거 농성, 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절규, 자유로운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지하철을 멈추게 한 시위도 그랬다. 사회 곳곳이 함께 살자는 아우성으로 가득 찬 것 같다. 아마도 사회의 성장과 함께 경제 규모가 커지고 과학기술의 발전이 생활의 편리함을 더해주면서 혜택받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으로 나누어지고, 차이는 점점 더 커져가는데 이를 줄여주기 위한 경제적, 사회적 뒷받침이 부족하니 더 그런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같이 잘사는 나라를 위해 정부도 노력하고 있고 전담 기구도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고르게 성장시키고자 만들어진 '동반성장위원회'와 전국의 모든 지역을 고르게 발전시키고자 하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그것이다. 대형마트에 의무 영업휴무제를 도입해 휴무를 강제하고,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지정해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하는 것이 동반성장을 위한 대표적인 정책이라면,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소멸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전국을 고루 잘살게 하기 위한 균형발전 정책의 일환이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느 지역에 살든, 어느 세대에 포함되어 있든, 어느 기업집단에 속해 있든, 심지어 어느 성별이든 간에 '같이 살자', '함께 살자'는 요구를 더 크게 하는 것은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양극화 문제! 사회의 어느 특정 계층만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로 자기가 속한 단체, 직장 등 다양한 곳에서 양극화 문제가 자라나고 있음을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 필자가 속한 감정평가사 단체를 포함한 다른 자격사단체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자격사단체 내부는 물론, 자격사단체 구성원 간 진입장벽을 통한 업무의 독점과 배제, 부의 편중은 필연코 양극화를 유발하게 될 것이고, 결국 전체를 어렵게 하고 말 것이다.

양극화 해소! 정부와 모든 관계기관 등이 노력하고 있지만, 그 집단의 구성원들과 더 가까이에 있는 정부 부처와 기관, 협회 등에서 더 세심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같이 살자', '같이 좀 살자'에 답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고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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