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2022.09.29 15:59:39

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해바라기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명장면뿐만 아니라 꽃말의 의미도 좋고 꽃의 노란색이 상징하는 의미 또한 누구나 다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해바라기 그림을 장식으로 걸어 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눈에 띄는 위치에 해바라기 액자가 걸려 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현관이나 거실에 해바라기 그림을 걸어 두는가 하면, 사무실이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일터에서도 어렵지 않게 해바라기를 만날 수 있다. 여러 가지 긍정적인 의미가 더해져 해바라기를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올해는 유난히 해바라기 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크라이나에서 온 제자 미카일로가 그린 강열한 그림 한 점이 뇌리에 박혀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카일로는 중학교 시절에 가족들과 한국으로 와서 살게 되었다. 현재 고등학생이며 미술을 전공하고 있다. 미카일로는 한국어 수업을 들을 때도 매우 열심히 공부를 하는 모범생이었다. 지금은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있는데, 작품이 완성되면 사진으로 찍어 보내곤 했다. 그림에서도 열정이 느껴졌다. 고려인 후손인 미카일로는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하며 겪었던 아픔들을 들으며 자랐다고 한다. 그 기억으로 완성한 작품이 있는데, 바로 '고난의 길'이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허름한 옷차림에 고달픈 이주 여정을 표현했으며 그 고난 중에도 미래의 염원을 담아 아기와 어머니를 밝게 나타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미카일로의 개인전이 있었다. '첫 탐험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이 열렸다. 개인전에 초대받아 다녀왔다. 늘 작품이 완성되면 사진으로 먼저 보내왔기 때문에 전시회에 걸린 작품들이 더 반갑고 귀하게 여겨졌다. 소묘화, 민화, 판화, 수채화, 유화 등 다양한 작품들 하나하나가 다 빛이 났다. 한옥마을과 태극기를 표현하여 삼일절을 기리는 작품도 있다. 유독 강열한 색채로 표현한 그림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마법의 연주'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고난의 길'이 조부모님께서 강제 이주하던 시절의 아픔을 표현한 것이라면, '마법의 연주'는 현재를 그린 작품이다.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마법의 연주'는 그림 중앙에 위치한 커다란 해바라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파랑, 빨강, 노랑 등 얼마나 고운 색채를 썼는지 보는 사람에게도 힘이 전해진다. 알고 보니 그림 속에는 미카일로가 우크라이나를 위한 바람을 담았다고 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해바라기는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화가 바로 해바라기이기 때문이다. 꽃말처럼 희망을 상징하는 긍정적인 의미이며 그림 속에 나오는 새도 가족을 뜻한다고 한다. 한편 어두운 색채의 쓰러져가는 레닌 동상은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간절히 바라는 메시지가 느껴진다. 해바라기 옆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연주자는 파란색 원피스를 입었으며 원피스에도 황금색 해바라기가 그려져 있다. 나는 그 작품 앞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모른다. 마치 바이올린 연주가 들리는 듯하고 저절로 기도가 나왔다.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마다 간절한 마음을 보태면 곧 우크라이나의 독립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더 이상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태풍과 폭우가 지나가고 선선하고 기분 좋은 가을이 온 것처럼 우크라이나에도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다.

파란 하늘에 빛나는 해바라기의 응원가를 듣는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