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비상정당이 정상인가

2022.08.22 15:26:32

[충북일보] 국회 개점휴업 상태가 오래 가고 있다. 하는 짓이 양두구육(羊頭狗肉)이다. 겉은 그럴 듯한데 속은 변변치 못하다. 한 마디로 내실이 없다. 그저 비상체제 정당들이 당내 갈등 수습에 여념이 없다.

*** 대안 제시하는 정당이어야

비정상이 정상이 됐다. 국내 정당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권력 투쟁만 남고 정치는 사라졌다. 현재 여야 3당 모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됐다. 가히 정치권 비대위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국민의힘은 지난 9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주호영 비대위'를 출범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92일 만이다. 주류세력 교체의 권력투쟁 성격이 짙다. 당내절차는 마무리 됐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끝난 건 아니다. 이준석 대표가 절차적 하자를 주장하고 있다. 법원에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당권 주자들은 날로 분주해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더 분명해지고 있다. 바야흐로 당권 내전 삼국지다.

더불어민주당은 3개월 만에 두 번째 비대위 체제다. 연이은 선거패배 때문이다. 대선패배에 따른 '윤호중-박지현 비대위'가 첫 번째다. 지금은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우상호 비대위'다. 오는 28일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되면 끝난다. 정의당도 비대위 체제다. 지난 6월 지방선거 패배 후 대표단이 총사퇴 했다. 현재는 '이은주 비대위'가 당을 이끌고 있다. 9월 27일 제7기 전국동시당직선거를 앞두고 있다.

정당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바쁘다. 하지만 국민들은 점점 더 정당정치에 냉담하다. 정당이 국민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무관심을 넘어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정의당 모두 제 역할을 못한 탓이다. 지지층에서조차 불신의 그림자가 짙다. 최근 세 정당이 보여준 내분과 내홍의 모습이 반영된 결과다. 국민의힘엔 국민이 없고, 민주당엔 민주가 없다. 정의당엔 정의가 없다고 여겨진다.

근대 민주주의는 정당과 함께 기능했다. 탄생과 발전에 정당이 빠질 수 없다. 정당이 없는 민주주의를 생각할 수 없다. 국내 정당사는 좀 다르다. 정당에 대해 부정적이다. 조선시대의 '붕당'이나 '사색당파'는 불신의 상징과 같다. 현대의 정당 모습도 긍정적이지 않다. 권위주의 시절 집권당은 권력의 통치와 정치도구였다. 민주화 이후에도 정당은 대통령을 만들기 위한 사당(私黨)에 머물렀다. 선거 머신에 불과했다.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 퇴행적인 정당정치에서 비롯됐다. 최근 들어 더 악화되고 있다. 정파적 양극화나 대립의 정치에 신물을 내고 있다. 기득권 유지의 폐쇄적인 정치 행태와 무관하지 않다. 정당의 관리책임자는 개방적이고 경쟁적이어야 한다. 크게 두 가지 역할에 역점을 둬야 한다. 우선 인재 풀의 공급자여야 한다. 그 다음이 정책대안의 제시자 역할이다. 공천을 잘하면 좋은 정책도 얻을 수 있다.

*** 국민의 삶 살펴 기반 넓혀라

정당의 실패는 정치의 실패다. 여당의 실패는 정권의 실패다. 야당의 실패는 국민 불행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초유의 분란으로 난파 직전이다. 민주당은 일방으로 치닫는다. 양 당 모두 위태롭다. 과연 안녕한 길로 가고 있는 것인가. 어쩌다가 여야 모두 비대위 체제가 됐을까.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는 단순하다. 각 정당 비대위가 정책과 공약을 당 가치의 중심으로 옮겨놓으면 된다. 그러면 후보가 선거에 져도 정당을 탄탄하게 유지할 수 있다. 인물 중심의 정치론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 또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견제 없는 초강성은 언제나 위험하다. 일방적인 정치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야당에서 고함치면 여당에서 화답할 줄 알아야 한다.

정당이 먼저 사회적 아젠다를 이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 정책 논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대안 제시능력이 그 중 핵심이다. 문제가 뜨거워진 뒤 뒤따라가는 정당은 필요 없다. 누구도 원치 않는다. 정당은 국민과 정치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게 정치다. 민심을 잡고 지지 기반을 넓혀야 한다. 국민의 삶을 살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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