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욕실 청소를 하며 2

2022.08.16 20:26:19

욕실 청소를 하며 2
            정진헌
            충북시인협회 이사



무더위에 지친 아버지의
어깨가 깻잎처럼 축 늘어졌다
시원한 소나기라도 퍼붓기를 바라며
말라비틀어진 고추밭에 한숨을 끌어다가
물이라도 뿌려본다

흥건한 옷에 젖은 오후를 벗고
욕실에 들어가 모처럼 시골 골짜기
냉수로 하루를 식혀 본다
욕실 구석구석 찌든 때,
또다시 부모님께 무관심한 만큼 피었다

솔로 세숫대야며 빨래 비눗갑에 묻은
바쁜 일상의 흔적들을 깨끗이 씻어낸다
타일에 찌든 때도 세면대에 얼룩진
부모님의 손때도 말끔히 지워본다

"요새는 얼음물 없이 살 수가 없어,
농사 그만 짓고 싶은데, 400평 공짜 땅이 생겨
깨 심느라고, 일만 더 늘어 허리 아파 힘들어 죽겠다,
500평 초코베리 두 고랑밖에 못 땄는데,
똥값이라 농협에서 그만 따란다……."

저녁상에
푸짐하게 차려진 어머니의 고단한 말씀에
일복 터진 작은 벽걸이 에어컨만이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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