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9세 이상 성인만 따질 때, 한국의 커피 소비량이 세계 평균치의 3배에 달한다. 이 지표를 통해 한국의 여러 상황을 추정하고 또 예측할 수 있다. 예컨대 카페인의 각성효과가 필요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거나 사회적 교류가 활발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물론 이렇게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표들을 교차분석해야 한다.
한국내 지역별 상황도 커피지표를 통해 엿볼 수 있을까? 인터넷신문 '커피데일리'가 국세통계포털(TASIS)의 '100대 생활업종 동향' 6년치 자료(2017년 9월~2022년 5월)를 분석한 결과에서 국내 자치단체별 커피 상황을 비교할 수 있다.
커피음료점 사업자는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8만9천668명으로 9만 명에 육박했다. 커피음료점이 통신판매업(48만7천559명), 한식전문점(41만2천673명), 부동산중개업(14만7천411명), 미용실(11만182명)에 이어 사업자 수가 많은 '톱5 생활업종'에 올랐다. 100대 생활업종은 소매, 음식, 숙박 및 서비스에 속하는 업종 중 우리 생활과 밀접한 품목 또는 용역을 판매-취급하는 100가지 업종을 말한다. 제과점, 패스트푸드점, 편의점도 커피음료를 판매하지만 별개로 분류돼 커피음료점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커피음료점은 2017년에는 4만3천457명이었는데, 5년 사이에 2.06배 증가했다. 사업자와 커피음료점의 수가 동일하다고 보고 인구당 커피음료점으로 환산하면, 2017년 인구 1천180명당 1개에서 575명당 1개 꼴로 급증했다. 지난 5년새 인구가 26만6천 명가량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커피음료점의 급증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이러한 수치는 골목길 작은 카페의 생존 여건이 훨씬 팍팍해졌음을 의미한다. "'카페나 해볼까'가 가장 사치스러운 말이다"는 풍자가 실감난다.
커피음료점이 가장 많은 광역자치단체는 경기(1만9천783개)로 최근 5년새 2.3배 증가했다. 이어 서울(1만6천365개/1.7배), 경남(5천980개/2.1배), 경북(5천869개/2.1배). 부산(5천526개/2.5배) 등의 순이었다. 광주(2천505개/3.3배)와 세종(629개/3.0배)은 3배 이상 폭증했다. 충북은 1천432개소에서 2천966개소로 2.1배 증가했다. 충북보다 커피음료점이 적은 곳은 제주(1천991개소/2.7배) 뿐이었다. 5년전 커피음료점이 충북보다 적었던 전남이 지난해 충북을 제쳤다.
이 수치만을 가지고 충북의 발전이 타시도에 비해 더디거나 에너지가 약하다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분위기를 감지할 수는 있지 않을까? 충북에서 지난 5월 기준 커피음료점이 많은 지자체는 청주 흥덕(463개), 청주 상당(397개), 충주(342개), 청주 청원(328개), 청주 서원(322개), 제천(272개), 음성(207개), 진천(175개), 영동(118개), 옥천(81개), 증평(73개), 단양과 보은(각 65개), 괴산(58개) 순이었다. 그러나 최근 5년새 증가율은 옥천(3.5배), 청주 흥덕(2.7배), 청주 상당-청주 서원-보은(각 2.2배), 청주 청원-제천(각 2.1배), 증평(2.0배) 등의 순으로 많았다. 영동이 1.5배로 증가폭이 가장 적었다.
5년새 전국의 모든 지자체에서 커피음료점이 증가했다. 강원 태백과 경북 청송이 1.25배로 증가량이 가장 낮았는데, 서울 종로-중구-강남 역시 변화가 가장 적은 하위 10곳에 속했다. 서울시의 경우 마포구(1천383개), 강남구(1천355개), 송파구(1천24개) 순으로 커피점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월 강남구가 1천241개로 서울 25개 구 중에서 커피음료점이 가장 많았으나, 최근 1년새 점포 수가 급증한 마포구에 1위 자리를 넘겨줬다.
이들 지표를 보면, 커피가 있는 곳에 활력이 넘치고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말이 틀린 것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