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인문학 -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

2022.06.27 18:06:19

안소현

지역발전연구소함께 대표

나는 영화제를 검색하거나 예술 영화를 찾아서 먼 도시도 찾아간다.

어쩌면 나에게 주는 사치스러운 선물이다.

우리 지역에 예술 영화 상영관이 거의 없어서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나 광화문 '씨네큐브' 동막해변의 'DRFA', 아트나인 등 상시로 예술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을 검색한다. 좋은 영화가 개봉되면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한 장거리 여행을 시작한다.

몇 년 전 프랑스 감독 '아녜스 바르다'를 만난 곳은 서울시 마포구 지하에 위치한 작은 영화관이었다. 아녜스 바르다 특별전에서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면서 소름끼치는 신선함으로 '아녜스 바르다'를 연구했다.

그 후로 그녀는 나의 멘토이며 뮤즈가 됐다.

사랑하는 남자의 아내로서 두 아이의 엄마로서 최선을 다했으며 프랑스 예술계의 새로운 물결인 '누벨바그'의 선두 주자로서 2019년 90세의 나이로 사망하기 직전까지 자신의 창작활동에 매진했다. 여성의 몸과 자기 결정권에 대한 영화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를 소개한다.
◇1968년 5월 프랑스 68혁명

68혁명은 권위주의와 보수 체제 등 기존의 사회질서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운동으로 남녀평등, 여성해방, 반전, 히피 운동 등 사회 전반의 문제로 확대됐다. 특히 여성들은 정치와 노동 조건의 평등, 자유연애와 이혼, 낙태의 권리 등을 주장하는 사회적 평등을 위한 새로운 여성 운동의 발로였다.

◇1962년에서 1977년까지 15년에 걸친 프랑스 여성 수잔과 폴린의 우정

폴린은 가수가 꿈인 중산층 여성으로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가치관 대립이 잦다, 사진관에서 우연히 친구 수잔의 사진을 발견한 폴린은 수잔을 수소문한다. 이미 두 아이의 엄마인 수잔이 원치 않는 임신으로 힘들어하는 상황을 알게 되고 수잔의 낙태를 돕는다. 비위생적인 낙태 시술 후 집으로 돌아왔으나 무능력한 자신을 비관하고 자살한 남편 제롬의 시신을 발견한다. 수잔은 두 아이를 데리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시간이 흘러 수잔은 '16살 소녀를 위한 낙태 합법화 시위 현장'에서 노래를 하며 시위를 하는 폴린과 재회한다. 수잔과 폴린은 '노래하는 사람과 노래하지 않는 사람'으로 각자 페미니즘운동을 이어간다. 둘이 주고받은 엽서들은 상황과 환경이 전혀 다른 두 여성 사이의 깊은 우정을 보여주는 매개체이다. 1968년 이후 설립된 가족 계획 센터에서 여성의 피임과 낙태 자유권을 요청하는 운동을 이어나가는 수잔과 자신의 노래를 통해 여성의 자유와 평등을 주장하는 폴린의 모습은 혁명 이후 전환기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폴린과 수잔은 결혼과 재혼에 있어서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주도하고 결정한다.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화면으로 프랑스 영화 특유의 예술성 표현: 기존의 페미니즘 영화가 급진적이고 과격하다면 이 영화는 페미니즘의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면서도 화면을 가득 채운 예술적인 요소를 풍부하게 표현했다. 영화가 전개되면서 아녜스 바르다는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고 종적을 감춰버린 배우 앙투앙의 무책임과 그 아이를 함께 키우자고 제안했던 평생의 동반자 자크 드미 사이의 갈등을 몽환적인 색채로 표현한 것 같았다. 아이를 임신한 엄마의 갈등을 스크린 곳곳에 디테일하게 표현한 아녜스 바르다의 작품은 관객들로 하여금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행복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영화가 던진 프랑스 여성사의 시사점

몸의 자기 결정권을 획득하기 위한 인권운동이자 여성영화의 시작이다. 아녜스 바르다 감독은 여성 권리 운동에만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유쾌한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 소중한 여성의 몸이 가부장제의 도구가 되어서도 안 되고, 관습에 얽매어서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아름다운 영화이다.

완벽하게 90세 인생을 살다간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작품에서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자는 태어나지 않는다, 만들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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