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지라도
이경아
전북시인협회 회원
녹록지 않은 삶에 물들어가는 마음
너무 깊고 울울해서 서로
인사말도 골라낼 수 없었던 걸까
거리를 두고 멈춰있어도
계절은 계절로 느리게 돌아가고
초침은 변함없이 시간을 밀고 있네
정갈한 그릇에 담긴 오늘의 마음이
연기처럼 날아가지 않게 봉할 수는 없어
팔랑팔랑 나부끼는 바람결에 맡겨도
빛이 빛만은 아니어서 어둠을 끌어당기고
유리창을 관통하는 강렬한 눈빛 살아
마스크를 써보지만 순도를 주장할 수 없는 나날
불운한 어둠이 노리는 것
이겨낼 평안한 내일이
도래할 수 있는 감사한 마음으로
너와 나의 우리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다시 세워가야 하는 일상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