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날'을 돌아보며

2022.05.23 13:50:44

[충북일보] 무성하던 봄꽃들이 진다. 꽃피던 날이 덧없이 지나간다. 산과 들녘에 왕성한 풀들이 자란다. 봄 하늘 가득 채우던 향기도 사라진다. 사람도 하나 둘씩 진다. 기자들도 하나 둘 떠난다.

***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기자

오늘은 기자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내 평생 직업이기도 해 나부터 살피려 한다. 온 몸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노력을 더 하려 한다.

5월 21일은 '기자의 날'이었다. 한국기자협회(회장 김동훈)는 지난 20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1980년 5월 기자협회의 제작 거부를 주도한 노향기 전 기자협회장에게 '기자의 혼'상을 수여했다. 충북기자협회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물론 해마다 그랬다. 지역의 신문·방송사 모두 그랬다. 아무런 날도 아닌 듯 보냈다.

기자협회는 2006년 기자의 날을 제정했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검열에 반대하며 저항했던 선배 기자들의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서였다. 언론계 귀감이 될 만한 인물에게 상도 수여하고 있다. 언론의 핵심적 주체의 하나인 기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날이다. 근대 신문과 기자가 이 땅에 등장한 이후 100여 년 만에 만든 기념일이다.

기자의 날은 과거 지향적이 아니다. 기자의 현재를 더 보람차게 가꾸는 날이다. 미래를 채워가기 위해 스스로를 살피는 날이다. 현재 기자들이 당면한 현실을 어렵다. 언론 개혁은 여전히 사회적 화두다. 언론개혁은 공정보도와 직결된다. 기자들의 몫이다. 언론개혁의 동력 역시 기자인 셈이다. 언론사(史)는 기자들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지역언론의 환경이 녹록지 않다. 존망의 위기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산업적·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지 오래다. 겪어보지 못한 환란에 시달리고 있다. 권력이 언론자유 억압에 정치적 오라를 던져도 언론은 무기력하다. 신뢰 상실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다. 기자들이 진실과 공정을 추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업자득의 결과다.

이유와 까닭은 많다. 지역신문 기자들에겐 특히나 많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기레기' 소리를 듣는 건 기자다. 어떤 배경이나 어떤 상황으로도 보호받지 못한다. 스스로 지켜야 한다. 기자가 기레기라는 말을 들어도 되는 사회는 썩은 사회다. 기자 사회는 월급이 많든 적든 엘리트 집단이어야 한다. 좋은 의미의 엘리트 의식이 사라지는 건 슬픈 일이다.

기자 스스로 언론의 존립바탕을 허물면 안 된다. 아무리 언론 현장이 스산해도 기자들이 바로 서면 언론은 산다. 그러나 기자들이 진영논리나 왜곡보도에 탐닉하면 죽는다. 언론의 품격을 잃게 한다. 통합 대신 분열을 부추기는 주범이 된다. 결국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다. 권력의 언론 옥죄기는 이때부터다. 결과적으로 언론 붕괴를 재촉하는 일이다.

욕 먹을 짓이지만 한 마디 한다. 충북의 기자들은 이러지 말자. 살림이 좀 궁색해도 좀 버티고 살아보자. 설마 산 입에 거미줄 치랴. 누구라도 꾸짖고 나무랄 능력과 양심을 갖춰보자. 누구든 살갑게 품고 다독이며 살아보자. 사랑으로, 자부심으로 살아 보자. 누구 편을 들거나, 누구 패거리가 되지 말자. 그렇게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기자로 살자.

*** 기자의 의미 새롭게 새기자

기자가 누구의 나팔수 역할을 해선 안 된다. 소란스러운 소리꾼도 곤란하다. 세상의 훼방꾼이 돼서도 안 된다. 마치 치기를 배설하듯 기사를 쓰면 안 된다. 질박한 말로 기사를 채워서도 안 된다. 사실 확인이 안 된 글은 기사가 아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논평도 다르지 않다. 잘못됐다면 바로 퇴고(推敲) 해야 한다.

기사의 생명력은 사실에 근거한다. 사설이나 칼럼 등 논평의 감동은 깊이 있는 진단에 있다. 기사는 지금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에 집중하면 된다. 논평은 그 일의 어떤 의미를 알려주면 된다. 그래야 그 기자가 아름답다.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사랑은 늘 그립다. 그대 떠난 자리에도 그리움이 찾아들어야 한다.

일부 기자들이 살 길을 찾아 직장을 바꾸는 쪽으로 고민한다. 이미 떠난 기자들도 많다. 기자의 이야기를 알게 되니 기자의 삶이 보인다. 기자의 삶이 보이니 기자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기자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하지 않은 적은 없다. 내년 '기자의 날'엔 충북에서도 이런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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