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효과는

2022.05.08 18:40:51

[충북일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이 지났다. 지난 1월 27일 법 시행 이후 산재 사망사고는 감소했다. 하지만 하청업체에 속한 직원들은 여전히 산재 사망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물론 충북도와 충북교육청, 청주상공회의 등 행정·교육기관과 기업 관련 단체 등에서 안전교육을 하고 있다. 충북교육청은 지난 4일 산업재해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2022 위험성평가 용역 설명회를 열었다. 청주상공회의소는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지난달 26일 '중대재해처벌법 전국상의 순회 설명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앞서 밝혔듯이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 100일을 막 넘었다. 지난 6일이 100일째였다. 건설업계의 타격이 제일 크다. 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1만3천여 개의 건설업체 중 50개 대형 업체는 로펌 등 컨설팅을 받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업체는 자금 사정 등으로 자체 대응하거나 그냥 당하는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현재 58곳 이상의 CEO와 임원이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지지부진이다. 검·경 수사권 분리로 초래된 수사업무 과부하 현상 때문이다. 게다가 모든 사고를 CEO 탓으로 돌리는 건 무리다. 국내 1개 건설사가 시행하는 270개 현장(해외 63개)의 모든 사고를 CEO 한 명에게 책임지우긴 어렵다. 이법 제정 목적은 '처벌'만이 아니다. 중대재해의 '예방'에 방점이 꽂혀 있다. 따라서 불명확하거나 미비한 규정들이 있다면 보완·수정해야 한다. 지자체와 노동계 및 기업 등의 의견을 반영해 법과 시행령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기업에서는 법의 취지에 따라 구조적인 위험을 스스로 파악·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고를 막기 위한 기술적·물리적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업이 근로자의 안전 권리를 보호 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누가 뭐라 해도 근로자가 산업현장의 주체다.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가 발표됐다. 65번 항목이 '선진화된 재난안전 관리체계 구축'이다. 처벌이 아닌 '안전 체계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안전체계 구축은 구호로만 되는 게 아니다. 업계 표준의 안전 대책과 안전을 위한 기술 개발을 위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CEO에 대한 인신구속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도 않는다. 기업의 안전에 대한 투자 유도와 근로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및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보완 입법이 있어야 한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엔 독소 조항이 많다. 법 개정은 당장 쉽지 않다. 먼저 국회의 동의가 필요 없는 시행령부터 개정해 합리적인 법 집행이 되도록 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및 법인 등을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사업주나 경영자 등이 안전관리 의무를 지키지 않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안전 의무를 위반해 사망한 경우 법인이나 기관도 5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더 높아졌다. 물론 기업의 관심도 더 많아졌다. 하지만 현장은 기대하는 만큼 빠르게 바뀌지는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월 27일부터 4월 29일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수사 중인 중대산업재해는 모두 58건이다. 세분하면 사망 56건(64명), 질병 2건(29명)이다. 물론 이 숫자로 법 시행 효과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충북에서는 올해 9명의 근로자가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4월 2일과 5일 두 명의 이주노동자가 잇따라 목숨을 잃었다. 음성의 버섯농장과 진천의 삼양패키징 공장에서 일어났다. 불과 3일 사이에 2명이 중대재해로 사망했다.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되는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어났다. 법 시행 이후 되레 중대재해 사고가 늘고 있는 셈이다. 지난 3월 중대재해법 위반 첫 입건 사례도 나왔다. 후진국형 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다소 무색한 상황이다. 중대재해 예방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법적 효용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높다. 사후 처벌은 기업의 사법리스크만 키우기 쉽다. 예방효과를 높이는 근본 처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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