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산남동 민화채색연구소 '이화sun민화'

#민화 #취미미술 #창작 #초등미술 #그림먹는여우

2022.04.26 13:52:54

[충북일보] 손바닥보다 작은 접시에 톡톡, 화사한 색채의 가루가 쏟아진다. 분명히 무슨 색이라 말하기 어려운 오묘한 색의 구성이다. 흔히 알던 빨강이 아니라 홍매, 홍주, 양홍 등 낯선 이름이 붙었다. 미묘한 색감의 차이는 같이 붉으면서도 저마다 다른 느낌의 붉음이다.

덩어리진 가루를 개는 작업이 이어진다. 곱게 간 분채에 아교를 몇 방울 떨어뜨리면 흔히 알던 물감의 형태가 된다. 윤기를 머금은 재료는 다른 색과 섞여 새로운 색이 되기도 하고 그대로 한지 위에 얹히기도 한다.

화려한 색을 가진 탐스러운 꽃이나 익살스러운 표정을 한 호랑이, 여러 몸짓의 새 등이 표현된 이 그림들은 처음 본 이들도 어디서 본 듯한 친숙함을 느낀다. 예전에 실용을 목적으로 무명인이 그렸던 그림 '민화'다.

지난 3월 29일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에서 민화 전시회가 열렸다. 한올 한올의 털끝이 표현된 호랑이 그림부터 색색의 꽃이 가득하거나 소나무와 학으로 채워진 병풍 등 35점의 작품이 다양한 민화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이화sun민화 인스타그램
몇 번의 단체전을 거쳐 지난 3월 첫 민화 개인전을 연 양선희 작가는 미술교습소 '그림먹는여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미술 선생님이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화sun민화'의 민화 선생님이다.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미술을 전공하고 학원을 운영하던 선희 씨가 민화를 시작한 것은 8년 전이다. 당시 미디어에서 연일 슬픈 이야기가 쏟아졌다. 우울감으로 이어진 슬픔을 지우기 위해 시작한 것이 민화다. 민화를 가르치던 친구의 유쾌한 입담과 함께 하는 그림이 당시의 탈출구였다.

가볍게 시작했던 민화에 깊이 빠져든 것은 성격 때문일 것이다. 수채화를 가장 좋아하던 선희 씨에게 민화는 새로운 재미였다. 한동안 가르치기만 하다 다른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어린 시절 그림 실력을 쌓기 위해 꼭 하루 한 장씩 작품을 완성할 만큼 미술에 열중했던 열정이 다시 샘솟았다. 많은 작품을 그리고 칠하며 민화에 푹 빠졌다.
관심을 가지고 서울 등 여러 전시를 찾아다니며 배움을 이어가던 때 눈에 들어온 그림을 찾았다. 이제껏 봐온 민화의 알록달록함과 다른 은은한 색채와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작가를 수소문해 교육과정을 찾았지만 생각지 못한 대기 행렬에 직접 작업실을 찾아가 배움을 청했다.

서울을 오가며 도안부터 채색까지 선희 씨만의 민화 체계를 완성한 뒤 운영하던 미술교습소에서 민화 교실의 문을 열었다. 분채와 봉채, 호분 등 낯선 재료와 바림(한쪽을 짙게 하고 다른 쪽으로 갈수록 차츰 엷게 나타나도록 하는 일) 등의 낯선 작업에도 불구하고 민화는 연령대에 상관없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그림이다.
같은 도안을 가지고 그림을 시작해도 나만의 작품이 나온다. 어떤 색을 어떤 형태의 재료로 섞어 사용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꽃잎이 그려지고 같은 색을 칠했다 해도 바람 붓의 움직임에 따라 그라데이션이 달라진다. 며칠에 걸쳐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하면 그 자체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색을 칠하기 전 분채를 개고 아교로 붙이는 과정부터 붓을 적시는 순간까지 수련하듯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일상에서 느끼기 어려운 집중의 시간이다. 마음을 쏟아부어 그림에 몰두하는 순간이 잡념을 사라지게 한다.

이미 수많은 민화를 완성하고도 매주 민화 교실을 찾는 수강생들이 새로운 도안을 찾고 요청한다. 붓끝의 화사한 색감을 종이 위에 얹으며 자신만의 그림 세계가 열린다. 바림붓에 깨끗한 물을 적셔 쓰다듬으면 점차 옅어지는 은은한 색채로 마음까지 맑아진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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