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산 둘레길 사업 정말 괜찮은 건가

2022.04.21 20:18:32

[충북일보] 우암산은 청주시의 허파다. 시민들의 건강한 숨을 책임지고 있다. 청주도심을 엄마 품처럼 끌어 안고 있다. 주말이면 청주시민 수천 명이 들고 나는 공간이다.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발고도 353m로 높지도 낮지도 않다. 소가 누운 듯한 모습이어서 '우암'(牛岩)이란 이름을 얻었다. 동·식물이 공존·서식하는 생태계 보물창고다. 이곳에 둘레길이 생긴다. 이름은 '우암산 둘레길'이다. 충북권역 첫 도심 둘레길이다. 총 사업구간은 4.2㎞다. 오는 6월 착공해 2023년 6월 초여름에 선보일 예정이다. 예산은 100억 원이다. 충북도가 75억 원을 내고, 청주시가 25억 원을 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6월 착공이 가능할지도 불투명하다. 그만큼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다. 청주시 청원구 내덕2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상인회 관계자, 주민 20여 명은 지난 20일 청주시청 별관의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이해관계 없는 시민들의 의견으로 일방통행이 결정됐다며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범덕 청주시장은 주민들에게 그 간의 추진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의견을 다시 수렴할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설문조사를 청주시내 성안길에서 지나가는 젊은이들과 시청홈페이지 등으로 3천13명의 의견을 물어 찬성 69.5%, 반대 28.8%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우암산 일방통행 둘레길을 강행하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둘레길 조성 예정지 농업인들의 불편함도 지적했다. 현재 2차선(편도 1차선)인 이 구간엔 농지가 산재해 있다. 일방통행로로 변경될 경우 내덕2동 등에 거주하는 농업인들은 '역방향 통행'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국립청주박물관과 명암저수지 등을 우회해야 한다. 시간적·경제적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길어진 이동거리로 인해 고령 농업인들의 교통사고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우암산 둘레길 일방통행로 조성에 대한 반대는 사업 계획 당시부터 있었다. 청주시의회에서도 여러 차례 재검토 의견이 나왔다. 지난해 8월 20일 열린 65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에서도 있었다. 당시 정태훈 시의원은 "우암산 둘레길 조성사업은 문제가 많지만, 대책도 없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양방통행인 삼일공원~어린이회관 구간을 일방통행으로 지정하면 둘레길 인근 골목마다 주차전쟁이 발생해 지역주민과의 갈등이 불 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이어 "충북도청, 삼일공원 등을 주차공간으로 활용하는 해소책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구간에서 긴급상황 발생 시 소방·응급·견인 등 긴급차량의 통행로 확보가 문제인데 이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며 "인근 청주대학교 교직원 등과 사찰 신도, 체육시설 회원, 시민의 경제활동 등을 위한 운행차량이 먼 길을 우회해야 하는 불편도 뒤따를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민설명회와 지역주민공청회 때 해당 지역민 등의 참여가 부족해 이로 인한 집단반발이 예상된다"고도 했다. 정 의원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삼일공원~어린이회관 구간을 양방통행으로 유지하고, 인도가 좁은 곳은 데크길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대안도 제시했다.

우암산은 도심 한가운데 있다. 청주시민들에게 아주 특별하다. 사시사철 자연을 만끽하게 하는 공간이다. 무엇보다 자연 그대로의 녹색 공기가 시민들의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둘레길은 생태계 복원이자 도시 재생에 뜻이 있다. 청주시 등은 삼일역사공원~청주 어린이회관 사이 4.2㎞ 구간 가운데 청주 시내 쪽 한 차로를 둘레길로 만들 계획이다. 산 쪽 1개 차로는 일방통행로로 남길 예정이다. 하지만 반대가 심하다. 우리는 청주시가 지금이라도 반대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수차례 주민 공청회와 설명회 등을 했다고 하지만 이해당사자들의 참여가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우암산 둘레길이 다수에 의해 소수가 희생되는 사례가 돼선 곤란하다. 청주시를 마냥 비난하려 하는 게 아니다. 잘못된 이유가 뭔지 제대로 알라는 얘기다. 길이나 숲은 자연이다. 사람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다. 인공을 가미하려면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둘레길이 사람을 살리는 숲과 길의 기능을 다할 수 있다. 좋은 일엔 진통이 따르는 법이다. 청주시가 이참에 획일적 행정 태도부터 바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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